때론 잠깐 멈춰도 괜찮아
걸을 때마다 오른쪽 발바닥이 불편하다.
운동화 안으로 조그만 돌멩이가 들어간 모양이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돌멩이를 빼내려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왼쪽 발에 체중을 지탱한 뒤 돌멩이가 들어간 신발을 벗고 탁탁 털어야 하는데 목적지에 빨리 가려는 급한 마음이 쉽사리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고 가기로 한다.
작은 불청객이 어느덧 내 몸, 내 발바닥과 익숙해지려는 찰나에 그 녀석이 조금씩 조금씩 아래쪽으로 위치를 옮기더니 어느새 발뒤꿈치 쪽에 자리를 잡고 또다시 내 신경을 살살 건드린다. 뒤꿈치 정중앙에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순간 움찔하기도 했다. 운동화 코를 땅바닥에 여러 번 찍어가며 앞쪽으로 그리고 옆쪽으로 몰아보기도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이, 진짜...”
짜증 섞인 외마디를 내뱉으며 하는 수 없이 가로수 쪽으로 가 신발을 벗고 오른손으로 집어 올렸다. 그리곤 신발 밑창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두어 번 흔들었다. 돌멩이가 빠져나오는 것을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나왔겠거니 생각하고 다시금 신발을 고쳐 신었다.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긋지긋한 녀석은 신발안에서 사라졌는지 운동화의 쿠션감이 새삼 편안하게 다가왔다. 신발과 발바닥 사이를 갈라놓는 이물질이 없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은근히 날카로워졌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잠깐이면 해결될 일을 왜 진작에 빼내지 않고 그 짜증 나는 순간들을 견디면서 걸었을까?'
참으로 우둔한 나다.
어쩌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신경 쓰이게 하고, 짜증을 유발하는 작은 돌멩이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괜찮아지겠지...', '조금만 참지. 뭐...', '없어지겠지...'
이런 마음에 너를 괴롭히는 존재를 은근슬쩍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유가 없다는, 급한 마음을 핑계로 억지로 견디고 있지는 않은지?
가던 길을 잠시 멈추는 게 두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발가락 사이로, 발바닥 안쪽으로 숨어있어 잠시 잠깐 돌멩이가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자그마한 불청객은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네가 힘차게 걷고 있을 때 너의 발바닥을 괴롭히고 너의 온 신경을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참지 말고 바로 빼내버리자.
익숙해지지 말고 바로 조치를 취하자.
너는 멀고 긴 여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급할 것 없다. 불편하거나 께름칙하면 잠시 멈춰도 좋다. 지금 너에겐 열심히 걸어 나가는 것보다 불편한 마음을 돌아보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땀이 나면 땀을 닦아내고 숨이 차면 잠시 그늘에 앉아 쉬어가면 된다.
졸린다고? 그럼 잠시라도 눈을 좀 붙이는 게 어때?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고? 뭐가 문제야. 다시 찾아가면 되는 거지.
너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은 버리자. 조금 더 멀리 보자. 지치지 않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다시 한번 느껴보자. 무엇이 너를 걷게 하고 왜 네가 걸어야 하고, 무엇이 너의 심장을 열정적으로 뛰게 하는지.
고단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길, 보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걸어야 하지 않을까?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야.
너는 오늘이 가장 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