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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캐논변주곡.

솔 미파솔 미파솔 솔라시도레미파


덥고 거친 도로를 방황하는 부랑자

도시에 흐르는 익숙한 음률


잠시 잊고 있던 작은 꿈

살며시 얹어 열원을 보낸다


연주자 인스타그램 : @CANON.DR


초등학생 때 특정 요일에는 방과 후에 특별활동 수업이라는 것이 있었다. 과목에 따라 주 1회에서 3회 정도가 있으며 주로 영어나 한문 등의 일반적인 학문이 많았고 첼로, 바이올린 등의 예체능 수업도 있었다. 바이올린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미래의 성적을 위해 영어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바이올린을 5년 동안 배운 친구들은 캐논변주곡을 쉽게 연주할 만큼 능숙한 연주자가 되어있었고 나에게는 바이올린으로 캐논변주곡을 연주하는 것이 미래의 작은 꿈이 되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바이올린을 향한 열망이 줄어들고 더 이상 배울 만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이올린과 캐논변주곡이 잊히던 와중 방콕 지하철 역 앞에서 귀를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음률이 흐른다. 어릴 적 들었던 캐논변주곡이다. 한 남자가 조금은 매끄럽지 못한 캐논변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앞에는 돈을 넣을 수 있는 박스와 안내가 써져 있었다. 외형에서 조금 알아챘지만 안내에 쓰여있는 SNS에 들어가 보니 그는 한국인이었고 오직 캐논변주곡만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저 사람도 캐논변주곡이 꿈이구나’


캐논 변주곡을 향한 꿈과 열망이 나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에 의심이 없었다. 완벽하지 않은 연주에서 그는  여전히 꿈꾸고 노력 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것은 아닐 것이라 감히 추측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푹푹 찌는 방콕의 날씨도 잊은 채 감상했다. 어렸을 적 작은 꿈이 그를 통해 만족되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바이올린을 향한 열망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불씨가 재점화되는 것 같았다. 언젠가 캐논변주곡을 연주할 날이 오겠지.


누군가의 행동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열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도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열망의 불씨를 던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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