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불면증, 펫로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침대에 누웠을 때 온몸이 찌뿌둥한 증상부터 시작이다.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다리사이에 베개를 끼워보기도 하고, 자기 전에 스트레칭도 해본다. 정면으로 똑바로 누워 심호흡을 해도 온몸이 불편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몸의 증상이 진정이 되면 온갖 잡다한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온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시간대에 따라 자주 보는 영상의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추천해 주듯, 어두운 밤이 되고 내 눈에 형광색 달과 별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자동으로 내 뇌는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로 나를 이끈다.
사실 최근 2~3년 동안 거의 완전히 사라졌던 증상이었다. 불면증도, 이런 생각들도. 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을 겨우겨우 사방으로 몰아내며 떠지는 눈을 애써 팔뚝으로 꾹꾹 눌러본다. '왜 다시 시작된 거야...' 입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도 아이들을 보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내 무의식 속에서 나를 기다렸다. 내게 틈이 생기길 말이다.
인정하기로 했다. 너희 없이 못 산다, 너희 없는 이후의 삶이 그려지지 않는다, 너희가 없는 나는 없다, 너희가 있을 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들이 사실이었다. 내 몸속 나사들이 하나하나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음새가 다 벌어진 흐물흐물한 로봇이 되었다.
깊은 밤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은 형광색 별들을 올려다볼 때면, 내가 이 거대한 우주에서 그 어떤 연결고리나 장치도 없는 상태로 덩그러니 낙오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내 귀엔 내 숨소리와 치지직 거리는 알 수 없는 전파음만이 들려온다.
아이들이 떠난 직후에 괜찮냐고 물어온 친구에게 그 어떤 길도 보이지 않는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에 서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 초원 위에서 두둥실 떠올라 광활한 우주로 날아가버렸다. 극복하기 위해서였던,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던 내 행동과 움직임이 아무런 저항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나를 끝없는 암흑의 세계로 밀어내고 있었다.
우주미아가 되었다. 되돌아오는 법을 모르겠다. 우리 큰 강아지 크기와 비슷한 강아지 인형을 사서 잘 때 껴안고 자보기도 한다. 며칠은 효과가 있었지만 벌써 약효가 다했다. 밤새 유기견 페이지를 살펴보며 다른 강아지를 입양해 키우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이미 집엔 언제 누구를 위해 쓰일지 알 수 없는 새 켄넬과 강아지 밥그릇이 뜯지 않은 택배상자 채로 있다. 무엇이 나를 붙잡아 원래의 세계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괴롭다.
- 아이들을 보낸 뒤, 약 5개월이 된 시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