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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두 Jan 19. 2023

엄마의 장례식(2)

  어둑어둑해진 후에야 전주에 도착했다. 우선 집에 들렀다. 

  엄마, 아빠가 살아온 곳. 이제 엄마는 없는 곳. 


  싱크대에는 마시다 만 우엉차와 일회용기에 든 콩죽이 놓여있었다. 우엉차는 내가 만들어서 보낸 것이고 콩죽은 병원에서 돌아와 데워 먹으려고 냉동실에서 꺼내둔 거겠지. 엄마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 


  송이는 사료와 물을 꺼내서 덜어주니 허겁지겁 먹었다. 우리는 송이를 두고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갔다.

  영정사진을 보고서야 실감이 났는지 재민이가 "할머니, 할머니!" 하며 울었다. 저녁을 먹이고 재민이를 집으로 보냈다. 미리 잠자리를 봐뒀으니 송이랑 잘 자라고,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서 밤을 지새고는 일찌감치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재민이는 잠들어 있었고 송이는 거실을 왔다갔다 하다가 나를 보고는 꼬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바닥에 깔린 면패드가 누렇게 젖어 있었다. 송이도 어지간히 불안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비누칠을 해서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샤워를 마치고 재민이를 깨워 욕실에 들여보내고 머리를 말리는데 송이가 짖기 시작했다. 또 혼자 남겨질 거라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세탁이 다 될 때까지 송이를 안고 쓰다듬었다. 

  베란다에 빨래를 널다가 채반에 놓인 호박고지, 고사리를 발견하고는 또 왈칵 눈물을 쏟았다. 

  10시 반이 넘어서야 재민이와 함께 집을 나서는데 송이가 맹렬하게 짖으며 따라 나왔다. 

  나는 "송이, 안돼!"하며 송이를 문틈으로 밀어넣었다. 

  "미안해. 오빠는 이따 올 거야."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송이를 계속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입관식에서 많이 울어서 기진맥진했다. 더이상 눈물이 나올 것 같지 않다가도 예고 없이 북받치기도 했고 서울에서 멀리 전주까지 찾아와주신 직장동료들, 지인들을 맞다 보면 뜻하지 않게 웃음이 나기도 했다. 

  엄마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과 교인들은 하루에 세 번씩 방문하셨다. 기도를 마치면 목사님이 “자, 이제 다과실로 이동하셔서 식사들 하시죠.”하고는 식사를 하셨다.  


  6시가 되기도 전에 재민이에게 저녁을 먹게 하고 집에 보냈다.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다가도 이제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두려웠다.  

  당시 부모님의 집은 두 개 동으로 이루어진 연립주택이었는데 다음 날 아침 집에 갔더니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송이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후다닥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재민이는 자고 있고 송이가 문을 향해 짖고 있었다. 면 패드는 또 송이 오줌에 젖은 채였다.  

  현관문을 열면 먼저 바깥으로 달려 나가는 송이를 몇 번이고 도로 집에 들여놓으며 나는 사정했다. 

“송이야, 그만해. 송이야, 엄마가 이따 올게.” 


  12시에 장례식장에서 버스를 타고 승화원으로 향했다. 조금씩 눈발이 날렸다. 

  봉안당에 엄마를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5시가 넘어 있었다.  


  송이는 동네가 떠나가라 짖고 있었다. 눈물이 맺힌 채 현관에서 얼마나 짖었는지 쉰 소리가 났다. 몸도 차가웠다. 

가족들이 돌아오자 송이는 안심한 것 같았다. 밤에도 잘 자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곤히 잤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퇴근해서 집에 가면 멀리서부터 송이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뒤, 건물주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말씀하셨다. 

   "애기엄마, 이 집 강아지가 낮에 그렇게 짖는다고, 옆집 총각이 밤에 일하는 사람인데 낮에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네. 아니, 예전엔 안 그랬잖아?" 


  나는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죄송하다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달리 송이의 분리 불안은 1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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