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 똥 쌌어요? 아이고, 잘했어요."
화장지를 뜯어 똥을 치우며 요란을 떨다 민망해져서 슬몃 웃고 만다.
얼마 전부터 송이가 배변할 때면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들고 낮고 묵직하게 '어오우'하는 소리를 낸다. 어미 소가 출산할 때 낼 법한 소리다.
송이가 똥을 누고 그걸 밟아서 여기저기 묻혀놓으면 울고 싶고, 힘들게 배변하는 걸 보면 가여워서 죽고 싶다.
잠을 자지 않고 여기저기 부딪치며 돌아다니는 송이를 보면 불안해서 미치겠고 잠을 너무 오래 잔다 싶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송이가 거의 두 시간마다 깨서 사료 그릇을 찾아 헤맬 때는 신생아를 돌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신생아는 자라서 어린이가 되지만 송이의 끝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헛헛해진다.
내가 안으면 송이는 작은 머리통을 기대어온다. 맞닿은 작고 따뜻한 몸에서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진다. 송이에게도 마음이 있겠지? 마음은 심장에 있는 걸까? 나를 기억할까? 기억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지난주에는 송이의 미용을 하러 다녀왔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 후로 얌전히 몸을 맡기질 않으니 내가 옆에서 송이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보이지도 않는데 낯선 손길이 자꾸 만지고 윙윙 소리가 나면 더 겁이 날 거다. 날씨가 꽤 쌀쌀해서 패딩점퍼 안에 두툼한 담요로 송이를 감싸서 안고 30분 가까이 걸어서 갔더니 땀이 뚝뚝 떨어졌다. 직원분이 티슈를 뽑아서 건넸다.
젊은 원장이 송이를 보고는 “송이가 더 안 좋아졌네요.”하고 말했다. 송이는 유난히도 움직임이 많았다. 전동면도날에 다칠 수 있어서 미용하시는 분도 나도 ‘으아앗’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전체 미용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고 송이도 힘들 터여서 얼굴과 네 발, 엉덩이, 배의 털만 제거한다. 그러는 동안 송이는 꺅꺅거리며 머리로 내 턱을 들이받았다. 나는 울고 싶은 심정으로 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땀이 자꾸만 눈으로 들어갔다. 귀 청소를 하기 전에 일단 씻기자고 해서 송이를 미용 테이블에서 들어 올리는 순간 뜨듯한 오줌이 후두둑 떨어졌다. 오줌은 내 손과 신발을 조금 적시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직원분이 ‘오 마이갓!’ 하며 오줌을 닦아냈다. 냄새가 나면 다른 아이들도 같은 곳에 마킹을 한다며 오줌을 밟은 내 신발을 바깥에 꺼내 놓고 슬리퍼를 가져다주었다.
“죄송해요.”
민망하고 미안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폭풍 같은 1시간이 지나고 원장이 “그래도 참 대단하세요.”라고 했다. ‘그래도’에 담긴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보통은 미용을 다 마치면 한 45일쯤 뒤로 다음 미용을 예약하는데 원장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서 나도 얘기하지 못했다. 다음에도 송이를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송이는 개운해서인지 지쳐서인지-어쩌면 둘 다일 거다- 내가 품에 안자마자 한숨을 쉬더니 잠에 빠져들었다. 미용 전보다 작아졌지만 어쩐지 더 무거워진 송이가 자꾸만 아래로 흘러내렸다. 나는 송이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서 흘러내릴까 봐 겁이 나서 몇 번이고 걸음을 멈추고 송이를 올려서 안았다.
집에 도착해서 송이를 이불 위에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송이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거나 말거나 곤하게 잠에 빠져 있었다. 송이 옆에 자리를 잡고 비스듬히 누워 송이를 바라보았다. 송이를 만지고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심장이 뛰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언젠가 송이가 떠날 날이 오면 그때도 이렇게 긴 잠에 빠진 것처럼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갔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