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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Mar 10. 2021

영화 <미나리>

평범함에서 오는 따뜻함

※ 감상은 개인마다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어느새 주먹보다 작은 백목련 봉오리가 나뭇가지마다 맺혀 기지개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3월 초입이라 남아있는 찬바람이 때때로 옷 속을 파고들겠지만, 당장 곁에 추위보다는 따뜻한 바람, 색색들이 피어오를 꽃과 같이 봄에 맞이할 따뜻한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봄과 같이 따뜻하게 떠오를 영화 ‘미나리’가 3일 개봉했다.


간단히 줄거리를 짚자면 미국에 이민 간 한 한국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라는 지역으로 이사해 정착하려 한다. 아칸소에 도착한 가족에 외할머니 순자가 합류하게 되고 낯설고 힘든 상황에서 이 가족은 그 환경에, 서로에 서서히 적응한다.


솔직히 영화관을 나서며 좋은 영화이긴 한데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가 어떻게 많은 상을 받은 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를 계속 되뇌면서 마스크 속 내 입은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 누구도 부담스럽지 않을 이 정도의 따뜻함에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이 반한 것이겠다.




부담스럽지 않은 따뜻함은 곧 자연스러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미나리’는 관객을 억지로 웃기지도 울리지도 않는다는 것. 나를 비롯한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울기도 웃기도 했지만, 그 모든 행동은 영화에서 관객에게 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관객이 영화 속 상황에 녹아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느끼는 것 같았다. 영화는 단지 한 가족이 어떻게 낯선 곳에,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는지를 보여줄 뿐이었다. 이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은 영화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했고 영화 속 인물들 간 애정이 더 잘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또, ‘미나리’의 현실적인 흐름은 영화 속 그 가족을, 더 나아가서는 모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게끔 했다. 영화 속에서 제이콥의 헛간은 모두 불에 타버렸지만, 가족은 우물을 새로 찾고 순자가 심은 미나리를 캐며 떠나는 것 대신 아칸소에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앞서 영화를 과장하지 않으며 이끌어온 덕에 정말 현실에 있을 한 가족의 희망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 막 낯선 곳에서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이 ‘미나리’의 가족처럼, 미나리처럼 푸르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속에서 피었다.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 건 담백한 흐름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했다. ‘미나리’에서 가장 회자되는 윤여정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고, 한국말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스티븐 연의 연기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매끄러웠다. 개인적으로 정말 놀랐던 건 한예리의 연기였다. 한예리의 연기를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섬세한 연기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극 중 자신의 엄마인 순자를 만나는 장면에서 웃고 싶지만 결국 눈물로 일그러지는 표정이라든지, 남편과 다투는 장면에서 한예리의 연기는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삶의 평범한 순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조각조각 기워 입고 온기를 느끼며 산다. ‘미나리’ 또한 한 가족의 삶을 담백하게 엮어 만들었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가 적당한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아직 날이 추운 봄. 그들의 이야기로 마음을 먼저 데우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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