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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운 너 Oct 04. 2022

바다에는 바다만 있는 게 아니라서

출렁이는 생각을 어찌할 수가 없네



바다는 멀고도 가깝다. 나의 위치에서 직선으로 선을 그어 닿을 수 있는 최단 거리의 바다는 km로 헤아려도 그리 큰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바다에 이르는 것은 강을 따라나서면 조금 더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달리 말해 바다는 지척에서 넘실대고 있다. 소금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까닭에 어쩌면 바다는 그렇게 손을 뻗으면 손 잡아줄 거리에서 육지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금기 머금은 바다 냄새. 

바다 사진을 보다 보면, 바다 냄새가 아스라이 떠오르고, 그 냄새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그리워진다. 소금기를 가득 머금은 바닷바람은 때로는 깃털 구름처럼 가볍고, 때로는 솜이불처럼 무겁다. 바다에는 바다만 있는 게 아니라서 그곳에 닿으면 내 속에 있는 더 많은 나와 나와 섞이지 못하는 풍경이 덩달아 뛰어나와서 파도를 핑계 삼아 거품을 일으킨다. 내가 헤아릴 수 없는  바다는 내 안의 기분에 따라 평화롭기도 했다가 지옥이기도 했다가 한다. 그러나 언제나 말이 없다.  세상에 바다가 있다는 건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곳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그리움 끝에 머지않아 그곳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당신으로부터 바다는 얼마나 멀리, 그리고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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