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무덤가에 꽃씨 하나 심어주오.
영화 <밀정>에 부쳐
1.
왜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자꾸 보고 싶어질까?
이유 없이 그냥 그 사람이 다 좋아보이다가 내가 알지 못한 이 사람의 모습을 새로 발견하고 또 좋아보이고 사람들은 단점이라고 하는 것도 그냥 그 사람이어서 좋은데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백 미터 달리기를 하듯 뛰어가 불러세워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심장박동이 빨려져서 그 심장소리가 혹시 들리지 않을까 숨기고 싶은 마음으로 이불 속에 누워서도 도무지 떨쳐지지 않는 그 사람에 대한 생각과 생각들.
그리고 혹시 내 마음을 들키지 않고 아니, 설사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차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 사람이 나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건 아닌지,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 사람이 나를 가만히 바라봐 준다면,
꽃을 보듯 나를 그윽하게 지켜봐 준다면
하늘을 보듯 온통 두 눈 가득 나만을 담는다면,
카메라렌즈를 통해 감광판에 사진을 새겨넣을 때,
그 사람 눈에도 내 모습이 맺혀 그렇게 새겨진다면,
그래서 어리석게 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실언을 했던 것이다.
2
차가운 벽돌에는 들풀 피어날 온기도 없고
한 줌 빛으로는 꽃씨 하나 불러올 수도 없을 때,
그의 마른 입술로 다시 한 번 불러보고 싶은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가족도, 연고도 없는 중국에서 온 여자, 라는 당신은
이 물 선 땅에서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손수레 위 거적을 덮은 채 실려나간다.
3
그들이 마음 놓고 따뜻하게 함께 웃던 날은 언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