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에 부쳐_2
그대의 모습은 시대의 어둠과 달라서
손등이 곱고
콧등이 둥글고
눈빛이 빛나고
입매가 고르고
옷태가 단아하고
모자를 눌러쓴 그림자조차 한 자루 촛불처럼 환했었다.
그런 그대가 감옥소 안에서 빛을 잃어갔다. 그 시절, 그 세월, 날개가 뜯기고 다리가 잘리고 손톱이 뽑히고 재갈에 물리고 곱던 얼굴에 인두가 가 닿아 살 타는 냄새, 타는 고통에, 녹은 아픔에 정신을 잃어가며 국경 너머에 어머니, 어머니. 나를 낳은 어미를 외치며, 목놓아 부르며, 끊지 못하는 목숨이 차라리 억울하여 그렇게 맨발인 채로, 이름도 없이, 식은 몸 거두어 줄 일족도 없이, 배 주리고 발 시리고 허이허이 홀로 사그라졌다. 그대여, 그대여. 살아 숨 쉬던 그대여.
당신의 피, 당신의 살, 그리고 그 안의 뜨거운 가슴. 당신의 정신은 시대와 달라서 시간을 이기고 그것을 거슬러 우리에게 흘러온다. 당신의 눈빛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