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날은 간다>에 부쳐
불과 2000년대에 개봉된 영화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영화가 상영되던 2000년대가 멀찍이 떠나가 버린 느낌이다.
이 작품에는
90년대의 느낌이 아스라이 묻어 있는데,
어쩌면 이 영화의 절반이 2000년대 훨씬 이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서 그런 것도 같다.
영화 속 할머니가 흥얼대는 '봄날은 간다'의 노랫가락도 그렇고
비가 와서 서울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핑계를 되는 장면도 그렇다.
사랑이 되려나.
이 사랑이 무언가로 맺어지려나.
이 영화를 끝까지 보도록 만드는 이유이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OST 때문이기도 한데,
소리를 모으는 음향가를 통해 듣는 자연의 소리도 소리이지만
느리게 흘러가는 템포의 OST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속도와도 흡사하다.
특히 상우의 할머니가 늙어서도 애달프게 기억하는 당신 사랑의 추억과
다시 봄이 오더라도 한번 떠난 사랑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는 영화의 후반부.
그리고 "내가 잘할게"라고 말하던 상우의 목소리.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지나가는 봄날은 언제까지 잡아둘 수는 없다,고 영화는 우리에게 담담히 이야기한다.
사진 출처: https://www.kmdb.or.kr/eng/db/kor/detail/movie/K/05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