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 Caché』에 부쳐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영화 『히든』은 미하엘 하네케 Michael Haneke 감독의 2005년 작품이다.
영화는 영화 속 인물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을 하나로 투영시키는 비디오테이프에서 시작한다. 어느 소도시의 차분한 거리. 그곳에 자리한 어느 가정집을 외부에서 촬영된 영상은 평범한 가정에 균열을 가져온다. 누군가 나를, 우리를 엿보고 있다는 불길한 기분. 흔히 지칭되는 스토커의 존재가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영상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알려온다. 영상이 동봉된 우편 봉투에 발신자가 없음은 물론이지만, 그 영상이 촬영한 위치가 바로 주인공인 조르주 로랑 Georges Laurent의 집 정면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나에게 불안을 안겨주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 즉 평범한 속에서 조금씩 그 얼룩을 키워가는 불안의 징조가 주인공 조르주의 기억 속에서 잠재되어 있던 유년의 기억, 유년의 진실과 마주하는 것으로 조금씩 명료해진다. 장르를 구분하자면 이 영화는 명확하게 심리 스릴러에 속한다.
기억 속의 인물, 마자드.
마자드Majid의 집까지 이르게 된 조르주. 그의 심연에 파문을 일으키는 마자드와의 조우가 반가울 리 없는 그. 조르주는 이 모든 상황이 불만족스럽다.
우리가 숨긴 것은 카메라의 시선인가. 잊고 싶고, 끊어버리고 싶은 과거의 기억인가.
어린 조르주의 그 시선은 마자드가 조르주의 집에서 어린이집으로 잡혀가던 날의 절박한 몸부림을 멀리서 목도하는 카메라 앵글 속에서 고스란히 담긴다. 덮여 있던 주인공 ‘나‘의 기억이, 그 기억 속의 인물이, 그의 해결되진 못한 상처가 하나의 사건으로 파문을 만들고 그 파장이 깊이가 서서히 ‘나‘를 덮혀오는 과정이 이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인 나를 압도했다. 이런 것을 “영화의 깊이“ 혹은 “감독의 역량“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p.s.
이 영화 중간에 보여지는 텔레비전 속 전쟁의 장면은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으나 결국 우리가 방관하고 있는 누군가의 불행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불행을 방조하는 공모자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사진 출처: www.critika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