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솔직한 그날의 기억

by 걸어가는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카페라떼 경우 우유를 오트밀크로 바꿔 주세요.”


우유 선택 사항이 많았던 브루클린의 이름 있는 한 카페에서 까다로운 주문을 실행했다. 사실 ‘오트 밀크. 오트 밀크.’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발음 연습을 했는지 모른다.


"오트 밀크? 노"라고 다행히 되물어보지 않았다. 직원(또는 사장님)은 주문을 받자마자 왼쪽 커피 머신 쪽으로 몸을 돌려, 제법 능숙하게 에스프레소 샷을 뽑았다.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 주시고요. 우유를 두유로 바꿔주세요. 아, 그리고 쿠폰 쓸게요."


회사에서 퇴사된 날과 가까운 시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네, 고객님. 그런데 이 쿠폰을 사용하시게 되면 잔액이 남아서 추가 금액을 내셔야 해요.”


추가 금액을 내고 가만 생각해 보니 뭔가 잘못되었다.


"금액이 남는 음료를 구매했는데, 추가 금액을 내야 하나요? 안 내도 되는 것 같아요."


잠깐 동안 직원과 실랑이 같은 것이 있었다. 나는 내가 왜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왜 내게 추가 금액을 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직원이 우리에게로 왔다. 그는 내 얘기를 잠시 듣더니 금방 파악한 듯했다. 즉시 계산대에서 추가 금액을 도로 빼내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추가 금액이 손에 닿는 순간 안도감을 느꼈다. 나와 실랑이를 했던 그 직원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추가 금액은 100원 또는 500원, 혹은 그 사이의 금액이었다. 우유를 두유로 바꾼 카페라떼를 들고 나오는 길, 동전 하나로 그 직원의 오후를 순탄하지 않게 만든 까다로운 여자가 곧 나였음을 깨달았다.


두유라떼는 그날따라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브루클린에서 오트 밀크를 넣은 카페라떼를 마시며 그 까다로운 여자를 떠올렸다. 오트 밀크카페라떼의 맛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 여자가 아직도 내 안에 있는 건가 싶어 몸서리쳤다.


다음에는 오트 밀크 말고 그냥 밀크를 넣은 카페라떼를 주문해야지.






_마무리 에필로그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들을 그가 발견했다. 그는 내게 말 한마디 없이, 대표에게 캡처본들을 보여줬다.


첫 번째 문제 제기당한 영상에는 ‘수습기자 브이로그’라는 이름 아래 아침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의 일상을 담았다. 편집을 귀찮아했기 때문에 아침 출근길 “엄마~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장면이 제일 길었다. 그 외 장면들은 고작 1~2초밖에 되지 않는다. 그 영상들을 짜깁기하면 고작 3분. 길어봤자 4분이었다.


나머지 영상들도 모두 다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허접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짜깁기했으니까.


영상이 고작 10개도 안 되는 내 채널의 구독자 수는 가족들, 친구들 포함해 15명을 웃돌았다. 친구들마저 안 보는지 조회수가 구독자 수보다 적은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고 출근 영상만 담은 것도 아니었다. 출근 영상은 고작 2~3개였다.


“너, 유튜브에 회사 영상을 올렸다며?”

“네? 근데, 영상 보면 짧게 짧게 1~3초 찍은 걸 짜깁기한 것인데요.”

“그래, 알아. 알았다.”


영상을 본 대표는 나와 단둘이 국밥을 먹으며, 나중에 영상을 찍자고 제안했다.


"영상을 너무 찍고 싶으면, 나중에 너가 유명해져서 스타들을 불러서 찍으면 되고. 지금은 너무 이른 거야. 알겠지?"

"(그냥 기록용이었는데.) 네. 다 지웠어요."


영상은 온전히 트집이었다. 나는 영상들과 더불어 유튜브 계정을 지웠고, 그렇게 흐지부지될 것 같았던 일은 더 그럴싸한 이야기로 변질되었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법 몰카로 구속된 모 연예인들 있지? 그 연예인들이 한 짓 같아서. 마치 몰카 같아서 기분 나빴대 선배들이. 너랑 일하기 싫단다. 나가라."


나는 한동안 내가 좋아한 기록 남기기용으로 사진 찍기, 영상 찍기, 글쓰기를 멀리하게 되었다.



나는 그 트라우마를 뉴욕에서 지워버리기로 결심했다.


“엄마, 이거 찍는 거 도와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컵케익을 먹는 행동을 따라 할 거야. (컵케익집 안에서 캐리가 먹은 컵케익을 우아하게 집어, 캐리처럼 크게 한 입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엄마, 잘 찍어줘야 해.”


나는 뉴욕에서 카메라를 켜고, 액션캠을 들어 녹화를 시작했다. 영상도 짜깁기해서 틈이 날 때마다 새로 만든 유튜브 개인 채널에 올렸다. 뉴욕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로 했다.


“어우, 쟤 영상 찍었잖아.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헤헤. 재밌었잖아.”




이제는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