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걷는다 (11)
삶이 힘들 때,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늘 가는 곳이 있는가.
백수로 말할 것 같으면, 하나 있다. 바로 부산이다. 재수할 때도 그랬다. 부산에 오면 모든 게 만사 오케이가 되었다. 끝이 없는 것 같을 때 부산에 있으면 끝이 있었다. 조금은 여유로운 비둘기들, 아직은 따듯한 겨울, 국밥 한 그릇이 보편화된 이곳. 서울에서도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 부산에서는 느려진다. 할 일을 리스트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조금은 느긋하게 해도 괜찮은 그런 곳.
부산에 왔다.
(부산) 교대역 쪽에서 근사한 커피를 마시고, 동래 수안역 방향으로 15분 걷는 동안 본 정겨운 부산 풍경에 마냥 흥겨웠다. 서울에서는 거리를 걸을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두고 걸어야 했는데 부산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도쿄, 뉴욕처럼 서울에서 멋쟁이들이 너무 많아졌다. 부산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평가하는 이가 없다. 너 이거 왜 입었어?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더더욱 자유롭다. 베레모를 들고 오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커피 유튜버가 소개한 부산 카페들 중 4곳을 이틀에 걸쳐 다녀왔다. 다음 글에서 소개할 예정. 특히 마지막으로 간 카페는 숲 속 오두막처럼 되어있어 기억에 남는다. 온통 초록색으로 도배된 온천장역 바로 앞에 있었다. 부산 사람들 이렇게 커피홀릭이었어? 라고 할 만큼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온천천을 걷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