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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Jul 01. 2022

기자에서 펍 직원으로

런던에서 맥주 따르기 1번째 이야기



대학교를 졸업하고 글 쓰는 직업이 꿈이었던 나는 두 곳에서 연예부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 첫 번째 회사는 유튜브 한다고 해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회사가 망해서 권고사직. 기자직과는 이제 빠빠이 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타로카드 역시 'death' 카드를 뽑아 들었다. 'death'는 죽음 또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그 후 기자에서 에디터 직으로 전향했다. 소장가치가 있는 여행책을 만드는 작은 출판사에 들어갔다. 발 벗고 취재하며 맡은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냈다. 그러나 임금 동결. 의사소통 결렬. 작은 회사라 노조는 없으니 일은 점점 늘어가고, 버티다 안 되겠다 싶어 어느 날 조그마한 인센티브를 달라고 요구했다. 혼자서. 한국 사회에서 무모하게.


어느 날 조용히 불러내 해고됐다.

또? 이렇게 3번이나 원하지 않은데 해고당한 사람이 있을까. 그래.. 뭐 권고사직이라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다나. 지금은 덤덤하게 말하지만 그 당시엔 심각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나에게 문제가 있나? 그냥 한 직장을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그런 삶을 동경했는데..


"아니야 네가 무슨 문제가 있어 이게 다 ㅈ같은 한국.."

"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지 뭐"


충고해주고 위로해주고 조언해주고 평가해줘도 내가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진 상태가 되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산사태처럼.

그때 나는 맥주를 마셨다. 밋밋한 맥주보다는 컬러풀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맥주를 좋아한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홉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알코올 도수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누가 보면 알코올 중독으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맥주를 마구마구 많이 마시는 게 아니었다. 1~2잔 정도를 오랫동안 즐겁게 마셨다. 이 맥주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맛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음미했다. 맥주는 나에게 잠깐 쉬어 가라고 손짓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맥주는 내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다. 어느 순간 나는 어둡고 음침한 터널 안으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곤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맥주를 마실 수 없는 상태가 이르렀을 때는 더욱 끔찍했다. 터널은 더 깊게 파였고, 나는 더 깊숙이 밑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곳은 축축하고 눅눅했으며 습기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Mind the gap.'





깊은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된 내가 런던 지하철, 튜브(tube)를 타고 런던 중심가에 있는 펍으로 향한다.

펍에서 일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내가 매일 매주 직원들이며 손님들이며 맥주 종류마저 바뀌는 런던에서 가장 큰, 펍에서 맥주를 따르고 있다.

연예인을 인터뷰하고 여행지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키보드를 두들겨댔던 내가 맥주 주문을 받고 가장 맛있게 맥주를 따르고 음식과 술을 나른다. 영국의 제일 가는 맥주 브랜드의 거대한 펍에서!


맥주가 좋아서 펍에 왔다고? 말도 안 돼! 그렇다기엔 너무 대책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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