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맥주 따르기 2번째 이야기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런던 브릿지를 건너 타워 힐 근처에 자리한, 런던 시티에서 가장 큰 펍이다.
런던 브릿지역이 기차역이기도 하고, 타워 힐이 관광지라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이탈리아에서 온 동료도 있고, 아일랜드에서 온 동료도 있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국적이 다양하다. 물론 이야기를 들어보면 런던에서 기본 5~6년 이상을 살았기 때문에 영국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요즘 코로나 때문에 동양인들의 수가 현저히 적다. 그래서 지금 총 6일 동안 펍에서 일하면서 아시아인들을 만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
그래도 한국의 위상이 커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6년 전,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는 남한인지 북한인지 물어보는 무의미한 질문들에 답해주고 있었다.
반면 지금 나에게 들어오는 질문은 한국 K-pop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 세계가 미쳐있는 이 K-pop을 한국에서도 미쳐하는지, 나도 한국 가고 싶다는 등 놀랄 정도로 대화 내용이 180도 달라졌다. 아 정말 이걸 쓰면서도 신기함을 느낀다.
펍에서 만난 아시아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날 보면 한국에서 왔다는 걸 단번에 캐치하고, 반가워서 말 한 마디 더 하려 한다.
간혹 계속 10시간 동안 영어를 쓰고 있다 보면 문득 '맞다 나 한국인이지. 나 한국어도 할 줄 알지'라는 뚱딴지같은 생각이 든다. 이럴 때 그들을 만나면 뭔가 애틋함이 느껴지고 동질감이랄까 마음속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나도 모르게 좀 더 신경 써주려고 한다.
런던에 가기 전, 나는 영국의 유명 맥주 브랜드(로스쿨에서 뛰쳐 나와 브루어리를 차린 것으로 유명하다)의 공식 구인 사이트에 직접 가입해 이력서를 올렸다. 그리고 런던 중심에 자리한 해당 브랜드의 펍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 메일을 보게 되었다. 집에서 거리도 괜찮고 'outpost'라고 해서 본 맥주 20여 가지 외에도 다른 영국 내 유명 브루어리(주기적으로 달라진다) 맥주, 와인, 샴페인, 위스키, 칵테일 등 파는 종류가 만 가지다. 인생은 한 방이다! 라면서 지원했다.
나는 맥주에 관심이 많다. 맥주 인스타그램 계정을 1년 반 전부터 운영해오고 있고, 회사를 다니다 백수가 되면 국내 맥주 브루어리 일자리를 찾는 게 취미였다. 구인 사이트 내 자주 입력한 키워드 중 하나는 '맥주'이기도 했으니까.
출국 3일 전, 지원한 펍에서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면접 날짜는 날짜를 서로 맞추다 보니 런던 도착 날이 되었다.
사실 영국 구직을 그동안 안 한 건 아니었다. 한국 자기소개서와는 완전히 다른 CV와의 적응기가 필요했고, 영국은 영국 학력과 영국에서의 일한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서류 불합격을 몇 번 받은 적도 있기 때문에 합격 메일을 보고 감사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짐을 푼 후, 펍으로 향했다.
'나는 할 수 있다'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