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날씨 사용설명서

<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11화

by 걸어가는

영화 <해리포터>를 사랑한 어릴 적의 나. 원서로도 읽고, 영화도 여러 번 감상했었지. 심지어 감독판까지 봤던 것 같다. 해리포터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던 이곳 영국에서 내가 살고 있을 줄이야. 영국살이 4년차. 나는 여전히 영국과 해리포터를 좋아한다. 올해 1월 1일, 안 보일 걸 알면서도 남자친구와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에서 첫 일출을 기대했다. 역시나 구름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았지만,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외출만 하면 꾸릿꾸릿했던 날씨도 갑자기 좋아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마법을 부리는 사람들을, 동료 가이드들이, 날씨요정이라 부른다. 반면, 날씨에 대해 역효과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다. 볼드모트라 할 순 없으니 그들을 날씨요괴라 칭한다. 다년간의 투어 및 여행 경험 후 나는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날씨요괴라는 것. 다만, 날씨요정 손님들과 함께라면 날씨요괴(내)가 가지고 있었던 힘이 약해지는지 날씨가 좋아지기도 한다.

사실 영국 날씨는 워낙 변덕스럽기로 유명하다. 갑자기 비가 오다가, 그쳤다가 또다시 내리기를 반복한다. 틈만 나면 안개가 자욱해져서 눈앞 풍경이 종종 안 보일 때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스톤헨지가 어느 날 안개 때문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도, 스톤헨지는 안개 옷을 입은 채 미스터리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냐고? 투어 손님들이 안개에 휩싸인 스톤헨지에서 신비로움을 느끼도록 감탄하게 만드는 게 가이드의 임무다.

'원래 영국의 날씨가 이런 건 가요?' 겨울이든 여름이든 변화무쌍한 영국의 날씨가 어색하기만 한, 한국에서 오신 손님분들의 단골 질문이다. 나는 단골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선수 친다. '여러분,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자주 오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네, 원래 그렇습니다! 항상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곳. 이곳이 바로 영국입니다. 영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가능하다면, 날씨를 조정할 수 있는 마법의 능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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