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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의 포트폴리오 Jun 07. 2021

화려함과 침묵, 양면성이 공존한 무대

[REVIEW]

화려함과 침묵, 양면성이 공존한 무대



여러가지 맛을 즐길 줄 아는 클래식 팬들이라면 이 날 꽤나 배부른 상태로 돌아갔을 것이다. 화려한 전성기에 작곡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과 침묵의 시기 브루크너의 협주곡은 꽤나 색채가 다르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으로 비유하자. 선우예권의 모차르트는 에피타이저, 윌슨 응 지휘의 브루크너는 꽤나 깊은 맛의 스테이크라고 해두는 것이 좋겠다. 이 날 공연은 선우예권이 펼치는 모차르트와 윌슨 응의 브루크너로 과거 '화려'했던 우리의 삶과 모든 것이 멈춘 '침묵'의 양면성을 공존케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Young Chul Kim

'선우예권', 이름 넉자만 보고 공연장을 찾은 클래식 팬이 분명 있을 것이다. 선우예권과 서울시향의 조합 또한 결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지만 말이다. 거기다 선우예권의 '모차르트' 라니, 작년 11월 두 장의 모차르트 CD 를 발매한 그는 클래식 팬들에게 한차례 위로를 선사한 바 있다. 클라이번 콩쿠르에 우승한 그이지만, 지금의 선우예권은 이상하리만큼 모차르트가 잘 어울린다. 그만큼 선우예권의 모차르트는 클래식 팬들도 인정할만큼 탁월한 해석력이 있다는 뜻이겠다. 그와 모차르트의 길고 긴 인연은 5월 27,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어졌다.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으면서
전문가에게나 비전문가에게나 좋게 들리는 음악

                               1782년 12월 28일,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완성한 1786년에 피아노 협주곡 25번을 완성했다.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던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의 삶과는 달리 간결하고 깔끔하고 화려한 기교조차 있지 않다. 경제관념도 없고 남들 앞에서 허세 부리기 좋아해 빚을 져가면서 파티를 열었던 그의 철없는 삶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음악 앞에서 그의 모습은 정직하고, 거짓이 없고, 진실한 모습이다. 이같은 반대의 모습이 '모차르트'를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선우예권'. 그의 이름은 이미 브랜드 그자체로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하는 모든 공연은 매진 행렬이고 클래식 시장에서 그는 톱스타 반열에 오른 스타 피아니스트이다. 기관과 단체에서는 그와의 연주를 기획하기 위해 줄을 서고 빽빽한 국내외 스케줄은 그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화려한 그의 삶은 어쩌면 모차르트와 꽤나 닮아있다. 성격이 아닌 '삶'을 말하는 것이다. 그의 공연을 보기위해 피켓팅을 하는 관객들, 그를 둘러싼 유명 기업가, 유명 예술가. 그의 인기는 이 날 공연장을 함께 한 관객들이 이를 증명한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선우예권과 모차르트의 인연은 꽤나 길다. 모차르트의 곡으로 클라이번 콩쿠르 예선까지 통과했으니 말이다. 이전 인터뷰에서 그가 말했듯 모차르트의 음악은 단순하고 가볍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층위의 감정들이 모차르트 음악에 존재한다. 슬픔, 역경, 좌절 또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삶을 뒤로한 채 음악 앞에서 만큼은 진실된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 모차르트는 음악 앞에서 진실된 그의 모습을 투영했고 선우예권 또한 보여지는 자신이 아닌 '선우예권'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모차르트 음악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지도 모른다.

그의 모차르트는 이상하리 만큼 '선우예권' 그 자신이 보인 연주였다. 선우예권이 설명하는 '선우예권', 그가 떠먹여준 에피타이저는 꽤나 깔끔하고 쌉싸름한 맛의 에피타이저였다.


지휘자 윌슨 응 ⓒYoung Chul Kim

이날 가장 기억에 남은 공연은 선우예권의 모차르트 뿐만이 아니었다. 윌슨 응의 지휘에 맞춰 연주된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1번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홀을 꽉채운 풍성한 사운드와 굳건함, 그러나 반전의 분위기까지 50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행진곡풍의 1악장부터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꽤나 당당하고 건방진 모습이 묻어나왔다. 물론 곡에서 말이다.

이 건방진 음악이 누구와 닮았을까 생각해보니 '베토벤'이었다. SPO 5월호에 명시되어있듯, 도입부의 대담함과 대위법, 청중을 압도하는 불같은 야성이 베토벤 교향곡을 모델로 참조한 듯하다. 베토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함과 금관악기로 만들어가는 클라이막스, 풍성한 사운드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1번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멜로디는 단조로 매우 어두운 느낌의 곡이지만 끝내 결정적 순간을 터뜨리는 폭발력은 혼란스럽고 정체되어있던 '무언가'가 승리를 취하는, 교향곡 제1번을 내놓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본인과 교향곡을 완성한 후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는 그의 모습을 투영시킬 수 있다.

지금 우리 삶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혼란과 갈등의 연속, 우리안에 숨어있던 거친 야성, 끝내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설 인류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꽤나 무겁지만 깊었던 윌슨 응 지휘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1번은 실로 놀라운 맛의 음악이었다. 선우예권의 모차르트, 브루크너 교향곡 제1번 어느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푸짐한 밥상이었다.




*이 리뷰는 서울시향 서포터즈 활동 중 작성된 글입니다.







글쓴이 P의 포트폴리오

이메일 wheniwasyour@naver.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ekqekq777/222388782138

참고 | <SPO> 5월호. 노승림,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

자료 | 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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