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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sible Kim Feb 19. 2022

세금이 이렇게 녹습니다

내 돈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지 말기

장 보러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겨울 영향인지는 몰라도 야채를 선두로 우유, 간장, 쌀,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까지, 안 오른 게 없습니다. 월급도 1프로 대 오르긴 했지만 건강보험료도 오르고, 소득세도 오르고, 대출 금리도 오르고, 주식 양도소득세도 오를 예정이니 열불이 납니다. 사실상 올해 월급은 삭감입니다.

이럴수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투자에 집중해야 합니다. 절약하고 남는 돈으로 좋은 자산 사모으기. 


어라? 그런데 작년에 정부는 더 걷고 더 썼네요. 

https://www.sejun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08

학교에서도 예산을 씁니다만. 참 내 돈이면 절대 안 쓸 곳에 돈 쓰는 걸 봅니다. 

왜? 예산이 남아서. 남는다고 교육청에 반납했다가는. 반납 자체가 일이 되기도 되고, 다음번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는 들었습니다만. 반납하느니 그냥 어떻게든 써버리자 라는 게 큽니다.  


학년말에는 14년 된 사물함을 교체했습니다. 새 사물함이 좋은 건 뭐가 있을까요? 말끔한 외관? 기분 정도?

6칸짜리 사물함이 30만 원. 기능상에 전혀 문제없는 전 교실의 사물함을 3,800만 원가량의 돈을 들여 교체하는 것을 보니 참... 우리나라 돈 많구나. 멀쩡한 사물함은 어디 기부라도 하면 좋으련만, 전부 폐기처분입니다.


거기에 칠판까지 교체했습니다. 학기 중에 칠판 기능에 문제 있다는 말은 어느 선생님에게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만. 어찌 됐든 교체를 했고, 먼저 11개 반이 교체해서 1,300만 원. 다음 학기에 나머지 14개 반도 교체한다면 1,700만 원 정도 더 들겠네요. 


학년말에 2년간 써서 더러워지고 잘 세워지지도 않는 책상 가림막을 모두 폐기 처분했습니다. 

이제 개학을 앞두고 다시 책상 가림막을 설치할 것인가에 대한 학부모 설문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가림막 때문에 칠판이 잘 안 보이기도, 바닥에 잘 떨어지기도 하고 해서 안 좋아합니다만. 어찌 됐든 학부모 설문의 결과는 설치 찬성 75%, 설치 반대 25%. 가림막 하나 5,800원에 750명이니 435만 원.

뭐 아이들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다면 감염 예방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만 있지 않습니다. 특별실도 가고 화장실도 가고 급식실에서는 마스크 벗고 밥도 먹고 심지어 늘 떠들기도 합니다. 효과라고 굳이 찾자면 심리적 안정을 통한 감염 예방 의지 강화 정도? 학교 입장에서는 설치라도 했다는 면피 정도? 


이게 진짜 대박. 며칠 전 새로 들어온 사물함에 번호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고 하기에 어떤 스티커를 붙이면 좋을지 의견을 받았습니다. 사물함을 보니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종이를 넣을 수 있는 아크릴 판이 있었습니다. 그럼 굳이 왜 스티커를 붙여? 저 빼고 다들. 거기에 작은 종이만 넣어 두면 잘 빠진답니다. 코팅 필름으로 코팅해서 넣으면 되잖아. 크기에 맞게 인쇄하고 코팅하고 자르고 넣고 하는 과정이 번거롭답니다. 스티커로 한 번에 붙여야 쭉 쓰고 편하다고 합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업체에 주문하고 인부 불러서 붙인다고 합니다. 업체 견적을 받아보니 스티커를 넘어서 번호가 인쇄된 아크릴 판을 나사로 고정시켜서 붙여준 답니다. 그럼 원래 있던 종이 삽입할 수 있는 아크릴판은 장식인가?

사물함 한 칸 3,300원*900개=297만 원, 인부 2명 인건비는 44만 원(인당 22만 원), 합이 341만 원.

사물함에 번호표 붙이는데 341만 원을 쓰는 게 됩니다. 세금이니까요. 내 돈 아니니까요. 

못 믿으시겠죠? 저도 못 믿겠어요. 아크릴판에 번호 적힌 종이 하나만 껴 넣으면 되는데. 저는 말했습니다만. 

그래서 뒤로 물어봤습니다. 혹시 교장 선생님께서 꼭! 굳이! 나사까지 박아서 번호 인쇄된 아크릴판을 설치하라고 지시하셨는지. 그런 아니랍니다. 

더 얘기했다가는 지 돈도 아닌데 왜 저 지랄 소리 들을까 봐 가만있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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