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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현 Oct 26. 2020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 #37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37, 7월 18일 에 귀 세임(Eguisheim), 콜마르(Colmar)





알자스 지방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포도 생산지를 따라 들어선 마을들을 돌아보는 코스로 와인 가도라고 불린다. 여러 마을이 있지만 우리는 그중에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라는 에 귀 세임이라는 마을을 들러보기로 한다. 

아이들 동화에 나올법한  마을 지도



마을 입구부터 마음이 푸근해지는 풍경이다. 목재 골격의 알자스 전통 가옥들이 잘 보존된 상태인데,  암갈색 나무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고 벽면은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칠해져 있다. 예전에는 부잣집들만 집 앞 정면을 파스텔 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정성껏 가꾼 꽃과 나무가 관광객을 환영하는 인사처럼 느껴진다. 






지붕 위에는 커다란 황새 둥지가 있다. 알자스 지방에서는 멸종 위기에 있던 황새들에게 식별 장치를 부착하고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이 곳 주민들에게는 해마다 남쪽에서 겨울을 보내고 오는 황새들이  얼마나 많이 정착해서 둥지를 트는지가 큰 관심사라고 한다.  


교회 종탑 위에도 둥지를 튼 황새가 당당한 모습으로 내려다본다. 



예쁜 집들의 문 앞과 창문마다 색색의 꽃화분을 놓아둔 모습들이 모든 방문객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킬 것 같은 곳이다. 나뭇가지를 물어다 만든 커다란 황새 둥지에는 엄마로 보이는 큰 황새와 조금 자란 아기 황새가 있다. 꽃과 덩굴 식물로 가꾼 작은 골목길에서 동네 고양이를 만나서 인사를 했다. 



프랑스 지방 도시의 골목에서는 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금방 튀겨내어 하얀 설탕을 뿌린 도넛을 사서 한입씩 입에 물고 동네를 한 바퀴 구경했다. 작은 상점마다 눈길을 끄는 예쁜 기념품들이 많다. 



와인 애호가라면 이런 작은 마을에 머물며 근처 와인 농장을 둘러보고 시음하는 일정이 매우 매력일 것이다. 


지붕마다 커다란 황새 둥지가 하나씩 있다. 







오늘의 숙소가 있는 콜마르에 도착했다. 주택가 골목 안쪽에 위치함 삼층짜리 주택이다. 이 지역의 집들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서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차량을 한 대씩 주차할 수 있는 차고가 있다. 차고 입구가 좁아서 주차하는데 좀 애를 먹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주차장이나 마트에서 주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렇게 입구가 좁은 단독 차고에 주차하자니 행여나 차가 벽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싶어 무척 진땀을 뺐다. 모든 것은 다 좋은 경험이라고 다음부터는 좁은 주차장에도 주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외부도 내부도 예쁜 에어비앤비 숙소



틴 케이스에는 집에서 직접 구운 쿠키가 들어있고 종류별로 다양한 차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주인의 따뜻한 배려가 집안 곳곳에 느껴지는 아름다운 집이다. 침실은 싱글 침대 두 개가 마련된 방과 더블베드가 있는 방 이렇게 두 개가 있다. 오랜만에 아이들도 간이침대나 소파베드가 아닌 각자의 침대에서 쉴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콜마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건조한 곳으로 연간 강수량이 600mm에 불과하여 포도를 생산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한다. 1940년에 독일의 치하에 있었으나 1945년에 다시 프랑스가 지배하게 되었다.  


집에서 약 100미터만 걸어 나가면 폭이 좁은 수로와 수로를 따라 예쁜 집들이 줄지 있는 곳이 있는데 쁘띠 베니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 알자스 전통 가옥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쁘띠 베니스라 불리는 곳




아무 데나 찍어도 엽서 같은 사진이 나오는 곳이다.  관광객을 태운 마차를 두 마리 말이 끌고 간다. 전통 가옥을 그대로 보존하여 관광자원으로 삼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시민들의 합의가 이뤄낸 결과 이리라.  이 지역에서는 전통 가옥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지원금을 지역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집들이 닮은 듯 하지만 또 조금씩 다르다. 거리에는 초록색 꼬마 관광열차가 다니고, 상점마다 사람들로 활기차다. 





예쁜 거리를 실컷 구경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 뮤지엄(Musée du Jouet)이 있어서 가보았다. 모피코트를 두른 바비인형부터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원숭이 인형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장난감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어린이들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할 만한 곳이다. 나 같은 어른들도 옛 추억을 떠올려 볼 수도 있는 곳이다. 





현실적인 몸매의 마네킨이 아주 마음에 든다. 
동네마다 책방이 있어서 참 좋다. 이곳 사람들은 때마다 카드를 열심히 보내는 것 같다. 







저녁은 가까운 태국 식당에서 쌀국수와 똠얌꿍을 먹었다. 평생 먹어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맛이었다. 하지만 서빙을 하는 한 동양인인 여자 직원은 굉장히 무뚝뚝해서 무섭기까지 했다. 원래 귀찮아서 후기를 잘 안남기지만, 이곳에 대한 리뷰를 남기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고백하자면 나는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편이라 갈등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여행 중에도 가능하면 표정을 밝게 하고 말투를 부드럽게 해서 사소한 일이라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이뤄지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드러내놓고 불쾌감을 표시하지는 못하고 소심한 복수를 한것이다. 



해가 질 무렵 수로를 따라 숙소로 돌 왔다. 수로변의 식당들이 노란 불빛을 밝히고, 손님들은 테라스의 테이블에 앉아서 멋진 저녁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우리 집 고양이를 닮은 아이가 저녁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마을이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선선한 거리를 아이들과 걸었다. 어린 시절부터 해 질 녘에는 마음이 쓸쓸해지곤 했다.  살짝 외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예쁜 마을에 왔는데 왜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는 깊은 고독감을 안고 살기 때문이겠거니. 





천장이 낮은 인형의 집 같은 숙소에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둘러앉아 일기를 썼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잠깐 들었던 쓸쓸한 감정이 사라졌다. 아이들은 늘 그렇듯 별다른 고민이 없어 보여서 좋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집주인의 아기자기한 찬장에서 알자스 소녀와 소년의 그림이 그려진 머그잔에 따뜻한 차를 만들어 마신다. 집안의 백열등이 마음을 달래준다. 아이들과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고, 오늘 찍은 사진을 함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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