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39, 7월 20일, 스트라스부르 (Strasbourg)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의 제2 도시라 할 만한 도시이다. 유럽 의회 건물이 있고, 교통의 요지이며, 경제, 상업, 공학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라인 강을 사이에 두고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이다.
숙소에서 5분가량 걸어 나오면 지상을 운행하는 전차를 탈 수 있다. 역마다 표를 살 수 있는 자동판매기가 있다. 소리 없이 도심을 오고 가는 전차는 친환경 적이며 매우 편리하다. 타고 내리기도 안전하며 내부는 청결하고 쾌적하다. 출퇴근 시간만 아니면 앉을자리가 항상 있고 사람들도 모두 조용히 매너를 지키고 있다. 여러모로 이 전차는 여느 대도시의 대중교통과는 차별화된 한 단계 위의 교통수단처럼 느껴졌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이 있는 올드타운은 일강에 둘러싸인 섬이다. 대성당에서 가까운 역에서 내려 다리를 건넌다. 나무가 많고 곳곳에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조형물, 고풍스러운 공공건물들, 조용히 도시를 오가는 전차가 이 청결한 도시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한눈에 보아도 이 도시는 여느 프랑스의 도시와 다르게 느껴졌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독보적인 이유 하나는 ‘청결’ 인듯하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Cathédrale Notre Dame de Strasbourg) 앞에는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성당 아래에서는 목을 한참 뒤로 젖혀야만 성당의 가장 높은 첨탑 끝을 볼 수 있다. 그 높이는 142m이다. 아이들이 본 성당 중 알비의 성당 다음으로 큰 성당이었다. 화려한 프랑스의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스트라스부르의 대성당은 우리가 책에서 보았던 전형적인 고딕 성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오늘은 전체적인 마을 구경을 하기로 하고, 성당은 내일 들어가 보기로 한다.
성당 앞에는 처음 보는 긴 파이프처럼 생긴 악기를 불고 있는 사람과 바이올린처럼 생긴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특이한 목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참 서서 연주를 들었다. 오랜만에 대도시에 오니 사람들도 훨씬 많고 볼거리도 많아서, 작은 도시와 마을을 다닐 때와는 색다른 느낌이다.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라 불리는 수로 옆 구역이 있어서 천천히 걸어가 본다. 콜마르에서도 보았던 알자스 지방 특유의 예쁜 전통가옥들이 강변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예전에 어부와 가죽 상인들이 모여 살았다고 하는데, 경사진 지붕 위에 가죽을 말렸다고 한다.
이 주변에도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상점마다 기념품을 팔고 있다.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이다. 이곳 풍경을 그린 인쇄물과 엽서들을 산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서 찍을 수 없었지만 가게 전체가 크리스마스 관련 소품을 파는 곳(Un Noël en Alsace)이 있었는데, 상당히 넓은 가게 내부 전체 가득 크리스마스 용품을 팔고 내내 크리스마스 음악을 틀고 있다. 한 여름에 느끼는 크리스마스라니! 기억에 남는 예쁜 가게였다.
강을 따라 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de Strasbourg)으로 가는 길은 예뻐서 즐거웠다. 강을 오고 가는 유람선과 유람선이 지나가면 옆으로 움직여서 길을 내주는 다리도 구경하고, 다리 그늘 아래서 잠시 쉬기도 했다.
정사각형 유리 판을 붙여서 만든 미술관의 외관이 시원하다. 회화와 사진, 조각품과 설치 미술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미술관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들도 마련되어 있어서 그림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한동안 앉아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흠,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전시장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예술가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믿는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다 예술적인 영감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어딜 가든 미술관을 방문하고 그 공간에 머문다.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잠시 소나기가 내려서, 미술관 꼭대기 층 카페에서 아이들은 치즈케이크를 먹고 나는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마셨다. 잠시 내린 비로 뜨거웠던 공기가 시원해졌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잠시 쉬어가도록 해 준 비가 고마웠다.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바로 코앞에 흐르는 일강의 초록 물빛과 가로지르는 붉은 다리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제 여행은 중반으로 들어서고 있다. 날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을 마주한다. 날마다 조금씩 더 젊어지는 기분이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다시 쨍 해진 하늘이 또 반갑다. 조금 늦어진 점심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선다. 지나는 길에 깔끔한 일식집이 보이기에 초밥과 우동을 먹었다.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강변 공터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수제 비누와 장식품, 그림 등을 팔고 있었다. 여기저기 볼거리가 넘쳐나는 도시이다. 장기 여행자에게는 물건이 많을수록 짐이 되기에 살 수는 없지만, 시장에서 파는 야채와 꽃들, 수공예품을 구경하는 일은 어디서고 신나는 일이다.
오늘도 어느새 2만보를 훌쩍 넘게 걸었다. 아이들은 오래 걷는데 익숙해진 듯하다. 체력도 좋아지고 밥도 더 많이 먹는다.
아직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숙소에 가서 쉬기로 한다. 갈 때도 역시 아침에 내렸던 정거장에서 전차를 타고 무사히 숙소를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