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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비슷 Nov 20. 2023

꼬마빌딩개발, 정말 좋은 투자일까

요즘 시기의 소규모 부동산 개발에 관하여

학교 후배이지만 사업은 선배인 친구 박사장을 오래간만에 만나 저녁을 먹었다. 학교후배사업선배 a.k.a. 학후사선 박사장은 저녁을 먹으며 이제는 부동산 산업 같은 레거시 산업에서도 인스타 그램 같은 SNS 마케팅을 해야 한다 말하면서 요즘에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인스타 계정을 소개해 주었다.(링크를 걸까 하다가 그냥 밝히지 않는다.)


소개해 준 인스타 계정은 부동산 레버리지 사례를 주제로 하는데, 주로 소규모 건물 개발(밸류애드, 신축 등)을 통해 에쿼티 대비 많은 수익을 올린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2년 전에 20억에 산 다가구 주택을 오피스 건물로 용도변경+리모델링하여 3X 억에 돼팔았다는 사례가 가장 최근의 게시물이었다.


사실, 후배가 저 인스타 계정을 소개해주기 전부터 비슷한 주제로 SNS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작년 말부터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시장이 얼어붙으니,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 가지고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소형 물건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거나 아파트 시장의 추가 상승 여지가 크게 보이지 않아서 다른 부동산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아파트 외 부동산 상품까지 투자의 외연이 확장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나는 이 시점에서 한 번쯤 정말 소규모 부동산 개발이 좋은 투자 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안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소규모 부동산 개발이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비해 잘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부동산 개발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소규모 개발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노력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토지매입부터 준공 후 매각까지 부동산 개발의 일련의 과정은 규모를 떠나서 일정 이상의 품이 똑같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작은 규모를 개발한다고 해서 큰 규모의 개발보다 대단히 간단한 과정을 통해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왕 한다면 같은 노력 대비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망하면 한강 가는 것은 똑같다.

부동산 개발은 아무리 작은 규모도 사업비가 몇 십억은 하기 때문에(그보다 작은 부동산도 많지만 너무 작아지면 첫 번째 사유로 든 것처럼 가성비가 떨어지므로) 망하면 어차피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된다. 물론, 법인은 다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속된 말로 빚이 100억이나 1000억이나 감당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돈을 빌려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어차피 빚을 질 거니까 대충대충 개발하자 이런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만큼 부동산 개발이라는 것이 엄청난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리스크가 큰 일이기 때문에 작게 여러 번보다는 크게 한 두 번 도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개발은 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급격한 경기 변화나 코로나 사태처럼 예측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망하는 경우도 정말 많기 때문에 자주 도전하면 그만큼 자주 위험에 노출된다. 똘똘한 한 채는 아파트 투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소규모 개발이나 중규모 개발이나 자기 자본 금액은 의외로 비슷하다.

부동산 개발을 하면서 차입 없이 100% 자기 자본으로 개발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만약, 있다면 그 회사 혹은 개인은 부동산 개발이 돈을 버는 수단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엔 일부 자기 자본에 차입을 통해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규모 개발이나 큰 규모 개발이나 자기 자본은 비슷하다.(물론, 일정 규모 이상 중, 대 규모 개발은 자기 자본 비중도 당연히 소규모 개발보다 크다.) 이것은 부동산 개발의 금융구조에 대해 안다면 이해가 가능하다. 보통 우리가 아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은 대부분 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PF는 미래의 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자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물론,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PF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긴 하다.) 그러나 소규모 개발은 대부분 토지 대출+공사비 대출 혹은 시행사 법인 대출 등 자기 자본 비중이 PF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극단적인 예로 1000억 사업비의 자기 자본이 50억인데 150 사업비의 자기 자기 본이 똑같이 50억 인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물론,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PF 사업도 자기 자본 비중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넷째, 수익률이 같더라도 이익금액이 다르다.

수익률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매출 수익률, 자본 수익률이다. 그중에서 일반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수지표에서 보는 지표는 매출 수익률이다. 이는 매출대비 이익이 얼마만큼인지를 나타낸다. 소규모 개발사업과 대규모 개발사업의 매출 수익률이 똑같이 15%라고 가정해 보자. 매출이 1000억 원일 때와 150억 일 때 수익률이 똑같다고 보면 전자는 150억의 이익이 후자는 22.5억의 이익이 발생한다. 앞서 부동산 개발은 리스크가 매우 큰 사업이기 때문에 작게 자주보다, 크게 한 번이 낫다는 것과 연장선에서 보면 한 번 속된 말로 목숨을 걸고 개발을 진행하는데 같은 수익률이라도 이익이 훨씬 큰 규모를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방금 말한 부분을 좀 더 다르게 설명해 보면  자본수익률을 보면 된다. 자본 수익률은 이익을 자기 자본으로 나눈 것이므로 전자의 경우 150억/50억*100=300%가 되고, 후자는 22.5억/50억*100=45%가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버리지 수익률 면에서 봤을 때 전자가 훨씬 수익률도 높은 것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를 더 많이 나열할 수 있을 것이지만 사실 오늘 글의 주제가 소규모 개발의 단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만 줄여 본다.


그럼 소규모 부동산 개발은 정말 장점이 없을까. 심지어 우리 회사는 중소형 부동산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나 단점만 있는 분야를 하기 위해서 사활을 걸고 있진 않을 것이다.(다만, 우리 회사 디티오디가 중소형 부동산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와 전문성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차차 말해보고자 한다.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소규모가 어디까지가 소규모인지 정의 내려봐야 할 것 같긴 한데, 다시 글의 서두로 돌아가서 후배가 소개해준 인스타계정에서 말하는 물건들의 규모를 보면 연면적 50평~200평 정도 규모인 것 같다.(참고로, 디티오디가 타깃으로 하는 중소형 부동산 규모는 연면적 1000평~5000평 정도 규모이다.)

사실 이 인스타 계정에서 추구하는 규모는 소형 중에 소형에 속하긴 한다. 아마도 게시글을 보는 타깃을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두고 있기 때문이라 예상한다. 서울에서는 저 정도 규모도 몇십억 규모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작아도 개인 입장에서는 큰돈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간에 이 정도 규모의 소형 중의 소형 줄여서 소중소 부동산 개발이 가진 장점 중

첫 번째는 상대적으로 소자본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개발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 상대적으로 작은 자본도 내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소중소 부동산은 개인이 노력하면 접근 가능하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개성 있는 공간을 개발할 수 있다.

부동산은 규모가 커질수록 제너럴 한 성격을 띠게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이 넘어가면 특이점이 온다고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다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임차인들을 모집하기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도, 후에 잘 매각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적인 성향을 띨 확률이 높다. 다른 말로 하면 다양한 전략들이 사용된다는 것이고, 이는 성공적인 부동산 개발의 복잡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공간은 캐릭터를 부여하기도 좋고, 다양한 전략보다 한 가지 전략을 집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는 작은 공간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고, 개발 전략 수립의 복잡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복잡도가 낮아지는 것이지 난도가 낮아진다고 하진 않았다.)


세 번째는 개발의 기간이 짧다.

부동산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프로젝트 수행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에 있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같은 경우는 10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에 그만큼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에 노출될 확률은 올라가는 것이다. 작은 부동산 개발 특히 대수선을 포함한 리모델링 같은 경우는 더욱더 빠르게 부동산 개발을 할 수 있기에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시간이 주는 리스크를 헷지 하기 쉽다.


마지막으로, 서울 안에 대지 면적 50평 정도 규모의 필지들을 살펴보면서 밸류애드/ 증축 개발로 나눠서 실제 개발가능성을 따져 봤다. 정말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처럼 소규모 부동산 개발이 투자할 만 것이지 검증하기 위해 스스로 해 본 것이다. 한 지역만 하면 비교가 잘 안돼서 상급지, 중급지, 하급지 정도로 나눠서 다가구 주택을 매입 후 연면적 증축 없이 리모델링하거나 용적률을 최대한 찾아서 개발하는 방향 2가지로 구분해서 투자 수익률을 따져 보았다. 투자 수익률은 운영 수익률(매년), 운영 수익률+매각 수익률을 구분해서 비교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력 있는 숫자는 나오지 않았다.

금리가 너무 높아져서 운영 수익률이 4%를 넘긴 케이스가 드물었다. 다만, 매각 수익률까지 감안하니 자본수익률이 50% 정도까지는 나오는 것도 종종 있었다.


스스로 검증해 보면서 나름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는데, 요즘같이 불경기에 금리가 비싼 상황에서 소규모 부동산 개발을 하고자 한다면 1. 최대한 토지가가 저렴한 땅을 적어도 50% 이상 자기 자본으로 매수한다. 2. 용적률이 남는다고 해도 증축하지 말고 있는 면적 상태에서 리모델링한다. 더욱 좋은 것은 이미 용적률을 거의 채운 매물 그리고 리모델링 공사비가 적게 들 만한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3.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다시 말해 어차피 운영 수익률은 적고 매각 수익률이 전체 수익률을 결정하므로 6개월 안에 빠르게 개발하여 바로 되파는 전략을 써서 연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다만, 이 전략을 쓰려면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접근해야 세금 부분에서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후배가 소개해준 인스타 계정 주인에게 나쁜 뜻은 없음을 밝혀둔다. 다만, 게시글 중 하나에 담긴 내용처럼 20억에 매수해서 2년 만에 3X 억에 팔았었요. 이런 내용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수익이 없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자 했다. 초기에 매수했던 자금 20억에 대출이 얼마나 있었는지에 따라, 시공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따라 개인이냐 법인이냐에 따라 생각보다 들인 품에 비해 많은 돈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상기시켜서 부동산 개발이 부의 축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되는 위험성에 대해서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부족하게나마 정리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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