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친구’라는 의미를 잘 몰랐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번 나가면 10명 20명 모이는 건 우스웠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모여있는 애들이 있었다.
20대 초반 나의 청춘은 그 여러 ‘친구’들과 가로수길에서 상시 떠들썩하게 보냈었던 것 같다. 꽤나 화려했고, 돌이켜보면 참 즐겁기도 했다.
평일, 주말, 휴일 할 거 없이 언제든 부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넘쳐났었는데,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에 갔을까?
지금은 다들 각자 사회에서 자리 잡고, 결혼하고, 부모가 돼서 살아가기 바쁜 나이더라.
그 가운데 어떤 친구들은 작은 오해로, 또는 성격의 차이로, 혹은 오래 연락을 안 해서 일 년에 한 번 만나기도, 혹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하나 보내기도 어색한 사이로 변질되어버렸다.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은 ‘친구’란, 갑자기 미팅자리에서 만난 또래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혹은 몇 년, 몇 십 년을 따르던 친구가 내 돈 몇 천만 원을 먹고 튈 수도 있는 거더라.
이십 대 후반이 그렇더라. 인간관계가 점점 가지치기처럼 정리가 되고,
결국 진정한 친구 한 명이, 그저 그런 인간관계 1,000명보다 나은 것.
나에게 연민을 가져주고 질투를 버려가며, 나의 성공을 묵묵히 응원해주고 박수 쳐주는 친구 한 명이면 이십 대를 헛되이 보내지 않은 거더라.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한 명 있다. 가끔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서로 죽일 것같이 화를 내고 싸우다가도, 그래도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는 그런 친구가.
한때는, 세상에 친구들이 전부인 줄 알았고, 친구 많은 게 자랑이라고 생각했다.
한명의 소중함보다, 여럿사이에서 받는 관심이 더 좋았다.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나의 모습에 묘한 자부심을 느꼈었다.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내가 항상 그들 사이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내 뒷얘기가 나오는지 걱정하며 괜한 소외감에 잠 못 이루던 때가 있었다.
결국, 삶의 진정한 의미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존중 받는 나의 모습에서 얻는 게 아니라, 나 혼자서 찾아가는 거였고, 내 가치는 주변인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보여주는 거였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진심으로 존중해주고, 사랑해주고, 나의 단점마저도 이해해주는 친구 한 명이 옆에서 묵묵히 있어준다면, 정말이지 행복한 거더라.
스물여덟. 점점 인간관계에 회의해지고 나 자신에게도 회의해지는 시간들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그 외로움을 채워보려 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서, 그리고 정말 진정한 친구 한 명한테서 그 허전함을 채워보자.
A friend is someone who understands your past, believes in your future and accepts you just the way you are (진정한 친구란, 너의 과거를 이해하고, 너의 미래를 믿어주고 있는 그대로 너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