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코로나로 인하여 시작된 일시적 재택근무. 현재 우리 회사에서는 WFA(Work From Anywhere) 제도로 정착하여 시행되고 있다. 2년 가까이 재택근무에 적응하며 느낀 점들을 나눠볼까 한다.
처음 재택근무를 시행한다고 하였을 땐 마냥 좋았다. 왕복 3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코로나에 걸릴 걱정을 하며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듯 재택근무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에서 재택근무 도입에 관련한 가이드라인과 룰이 정의되고 공유되었지만 초반 적응은 쉽지 않았다. 작업 환경도 완벽히 세팅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놀고 있다고 생각할까 봐 괜히 눈치가 보였다. 또한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나에게 화상 미팅과 통화는 너무 어려웠다. 제일 불편했던 점은 커뮤니케이션이 바로바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업무를 할 때 궁금한 점이나 이슈가 생기면 담당자 자리로 바로 가서 대화를 하는 편인데 메신저와 화상으로만 업무를 진행해야 하니 답답하고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회사 그리고 팀과 공유하여 많은 어려움들이 해소되고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개선되어가고 있다. 작업 환경은 회사에서 장비들을 준비해주었고, 화상채팅 및 통화를 진행하여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예전엔 신경 쓰였던 화상 채팅은 오히려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어서 반갑다. 그리고 아무도 나의 쌩얼은 신경 쓰지 않는다.
** [재택근무 = 대충 일하고 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재택 전과 업무의 양은 같고, 오히
려 집중력이 높아져 퇴근시간도 잊고 일을 하게 될 때가 많다. 고로 대충 일하지 않는다. **
초반 적응기를 끝낸 뒤의 재택근무는 즐거웠다. 초반에 느꼈던 어려움들이 무색하듯 현재는 많은 것들이 적응되어 오히려 업무 집중도가 높아져 효율이 올라갔다. 2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세 가지가 있다.
01. 신뢰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신뢰이다. 서로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이 더욱 어려운 상태에서 회사 그리고 팀원 간의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신뢰를 위해서는 업무 진행 상황이 투명하고 자주 공유되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초반엔 일을 하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내가 논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혹 다른 팀원이 일은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런 생각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서로 업무 진행사항 및 산출물을 자주 공유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회사에서는 업무 툴을 사용하여 진행상황 공유 중)
02. 일과 생활의 구분
그다음으로는 일과 생활의 구분이다. 집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여 집까지 일을 끌고 들어오는 걸 싫어했지만 재택을 시작하면서는 구분이 쉽지 않았다. 퇴근시간이 지났어도, 어차피 다른 약속이 없으니 일이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분명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내가 그랬다.) 워킹 아워를 정확히 지켜 구분을 하는 게 내 정신과 업무 효율에도 좋다. 워킹 아워에 집중하여 업무를 끝내고 퇴근시간이 되면 칼같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자.
Tip : 워킹 아워에 집중을 위해서는 내가 할 일을 명확히 정리하여 시간 분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업무 시작 전 To do list를 정리하며 시간을 분배해보자.
03. 나만의 루틴
재택근무를 하면서 큰 장점은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었는데,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운동량이 확 줄었다. 그리고 집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몸도 루즈해지고 수면시간 및 식사 시간도 불규칙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대로 가면 곧 죽겠구나 싶어서 수면시간 및 식사시간은 규칙적으로 지키고 운동도 일주일에 3번은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루틴 한 생활습관을 세워서 지켜나가면 재택근무의 장점인 '나만의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나만의 생활 루틴을 만들자.
본인이 생활 습관을 잘 관리하고 일과 일상의 구분을 잘할 수 있다고 하면 나는 재택근무를 추천한다. 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거나 집과 회사의 구분을 확실하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 오래 일하지 못할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나만의 시간이 생겼고 수면시간도 늘어나 맑은 정신으로 업무를 보게 되어 업무 효율 및 성취감도 높아졌다. 나에게는 회사로 출근하는 것보다 재택근무가 잘 맞는 업무 방식인 것 같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출근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우리 회사는 일시적인 재택근무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WAF(Work From Anywhere)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Anywhere은 어렵지만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여행 또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집중하여 업무를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