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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봇 Dec 13. 2020

만두로 국내여행4 - 대구 중구

수 십 년 전통의 화교 식당, 영생덕과 태산만두

대구 지역 중화요리 전문점의 역사는 아주 깊습니다. 대구에 화교가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어언 100년도 더 된 1905년의 일이라고 하더군요. 1900년대 초반부터 지역 화교 경제는 꾸준히 유지되어왔지만, 중심에 있던 포목상이 1930년대부터 점차 쇠퇴하면서 중화요리 전문점이 그 자리를 대신해왔다고 합니다.     


대구 만두 맛집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두 가게가 있습니다. ‘영생덕’과 ‘태산만두’입니다. 두 곳 모두 화교분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대구 중구에서 한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이 두 식당을 다녀오지 않고 ‘대구 만두투어’를 다녀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이곳을 다녀온 지도 어언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날의 만두투어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영광스러운 길을 함께 하게 된 애인은 만두를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제가 워낙에 만두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던 터라 기꺼이 동행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이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간 가게는 영생덕입니다. 30년 넘는 전통을 갖고 있는 대구 약령시의 만두 터주대감. 붉은 간판부터 포스가 넘치는 데다가, '만두전문'이라는 네 글자가 유독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10시 반쯤 들어가니 이른 시간부터 어르신 몇 분이서 만두 인당 한 접시씩 하고 계셨습니다. 직원분은 "지금은 만두밖에 안돼요" 하십니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만두만 먹으러 왔으니까요.      


대구의 만두 이름은 다른 지방과 유난히 차별화되는 특색이 있습니다. 군만두가 아니라 ‘꾼만두’, 찐만두가 아니라 ‘찐교스’입니다. 왜 굽지 않고 꾸운 것이고, 왜 교자가 아닌 교스일까요? 특히 이 ‘교스’라는 단어는 대구에서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이 어원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사람마다 설명이 다 달라서 아직 그렇다 할 답변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무튼 ‘꾼만두’ 한 접시가 먼저 나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종이접기 하듯 예쁘게 눌러 접은 만두피. 이 꾼만두에서는 만두피가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겉은 튀긴 듯 바삭하면서 과자도 빵도 아닌 이상적인 식감을 내는 만두피. 물론 안에 든 돼지고기 소도 훌륭합니다. 아침부터 맥주 한잔이 생각났지만 남은 투어를 위해 참았습니다.


다음은 물만두 차례입니다. 이곳의 물만두는 특이하게도 돼지고기와 소고기, 이렇게 두 종류입니다. 물론 소고기가 좀 더 비싸고요. 중식 소고기 만두는 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에 한번 주문해봤습니다. 물만두도 꾼만두와 마찬가지로 만두피가 맛있습니다. 너무 퍼지지도 너무 억세지도 않은 완벽한 부드러움. 마치 칼국수 면발처럼 입안에서 탱글탱글 부드럽게 녹아드는 만두피는 물만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려줬습니다.          




태산만두는 영생덕에서 걸어서 7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곳은 외관만 봐서는 흡사 동네 분식집과도 같습니다. 간판 글씨체도 뭐랄까, 김밥천국 같은 느낌이 좀 있어요. 오직 Since 1972라는 그 당당한 문구만이 신뢰를 보증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앞서 영생덕의 두 만두가 중식 만두의 정석에 가까웠다면, 이번에 시킨 만두는 만두계의 이단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산만두의 시그니처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탕수만두입니다. 마치 복주머니를 닮은 둥글둥글한 만두. 한입에 쏙 들어가는 귀여운 만두가 먹음직스럽게 튀겨져서 나왔습니다.     


이 탕수만두는 탕수육으로 치면 ‘부먹’입니다. 하지만 소스를 부었는데도 만두피가 오랫동안 바삭함을 유지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스는 과하게 달거나 시지 않고 만두 자체의 맛과 잘 어울렸습니다.   

  

함께 시킨 만두는 비빔찐만두. 찐교스에 비빔 야채가 함께 나오는 요리입니다. 왜 찐교스는 찐교스인데 비빔찐만두는 비빔찐교스가 아닌지 이것도 궁금합니다. 정말 쓸데없는 궁금증이지만요. 뭐 메뉴 이름이란 건 요리하는 사람, 짓는 사람 마음대로 아니겠습니까.     


비빔찐만두의 양은 정말로 ‘혜자롭’습니다. 이 가격에 이렇게 큰 만두가 10개나 나오다니... 그 맛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을 정도인데요. 비빔야채는 군만두(혹은 납작만두)랑 먹는 거라는 편견을 깨 줬습니다. 흔히 알던 비빔만두와는 다르지만 대신 좀 더 이국적인 느낌. 매콤 달콤한 야채샐러드를 찐만두와 함께 먹는 것이 마치 서아시아 지방의 만두(만띄, 모모)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빔야채에는 고추양념뿐만 아니라 케첩도 같이 올라가 있어 색다른 맛을 더합니다.




이른 오전부터 둘이서 만두 네 접시를 먹었습니다. 모든 만두가 하나같이 양이 많은 편이라 배가 충분히 부르고도 남았습니다. 함께 한 애인은 태산만두 때부터 슬슬 젓가락이 느려지더니, 다 먹고 나온 후에는 목 끝까지 만두가 차서 내가 만두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발언으로 저를 흐뭇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의 대구 만두투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구 만두’라고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것, 바로 납작만두가 남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대구의 소울푸드 납작만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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