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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봇 Aug 20. 2020

새빨간 야끼만두의 추억

반포 애플하우스, 인기의 비결?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생각하면서 음식의 성분과 재료를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습관은 만두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닌데, 피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소는 무엇으로 채웠는지는 만두 주문하기 전 꼭 한번 생각해봅니다. 만두소가 부실하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야채, 당면 같은 것으로 차 있으면 맛보기 꺼려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을까, 했을 때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게 야끼만두입니다. ‘닭도리탕’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대놓고 섞은 수상한 이름. 직역하면 ‘구운(焼き) 만두’라는 뜻의 일반명사이지만 그보다는 분식집에서 주로 먹는 당면튀김만두의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당면과 약간의 야채만을 넣고 튀겨낸 만두지요. 소의 맛보다는 바삭한 튀김옷 맛으로 먹습니다. 


 중학교 때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서 처음 야끼만두를 먹었을 때는 ‘이렇게 맛있는 것이!’ 하고 신기해했지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훌쩍 흘렀고, 영양성분을 생각하면 그저 튀김 덩어리 정도로 여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야끼만두가 있으니 바로 반포 ‘애플하우스’의 무침군만두입니다. 이곳의 야끼만두는 소스의 강렬한 붉은빛만큼이나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궁금해서, 저도 그 대기열에 동참해보았습니다.


 솔직히 이곳의 환경은 쾌적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학원과 같은 건물을 쓰는 상가 2층, 좁은 계단 한 칸에 한 명씩 서서 꼼짝없이 서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안으로 들어가도 시끌벅적하고 좁기는 마찬가지. 추가 주문이나 국물 등을 위해 주방 쪽으로 갈라손 치면 더욱 복잡해서 마치 시장터를 방불케 합니다.


 하지만 여기 메뉴의 가격을 보면, 열악한 환경이 십분 이해되고도 남습니다. 3천원, 4천원…. 김치볶음밥을 제외하면 5천원이 넘는 메뉴가 아예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 즉석떡볶이, 순대볶음까지 부담없이 주문해버립니다.

 

 게다가 ‘박리다매’만으로 이곳의 매력을 설명하기에는 무침만두의 맛이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제일 놀라운 건 소스에 버무린 채 오랫동안 놔둬도 만두가 전혀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함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따뜻하게 나온 요리가 아닌 만큼, 식어서 미지근해도 여전히 맛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가 흔히 알던 만두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장르의 간식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주머니 사정 걱정 덜어줄 싸고 맛있는 메뉴가 많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장점. 하지만 ‘애플하우스’의 인기 요인은 비단 그것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애플하우스’의 SNS 후기를 찾아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키워드가 ‘추억의 맛’, ‘옛날이 생각나는 맛’입니다. 그렇군요,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고 ‘추억’은 어느 재료보다도 강력한 마성의 양념이 됩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가성비 넘치는 음식들을 통해 손님들은 어린 시절 학원 마치고 사 먹던 무침만두 한 그릇을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저만 하더라도 야끼만두를 생각하니 제일 먼저 중학교 때의 좋은 추억을 떠올렸네요. 영양가와 건강을 운운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그때 그 야끼만두는 분명 정말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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