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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봇 Aug 23. 2020

신을 속이는 머리

그 어떤 믿음보다 소중한 것에 대하여

만두 만(饅) 자의 유래에 대해서는 제갈량의 일화가 유명한데요, 남만(지금의 베트남과 미얀마)족 오랑캐의 머리라는 의미의 蠻頭가 변형되었다는 설, 그리고 풍랑을 일으키는 신을 기만하는 머리라는 의미의 瞞頭가 변형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만두의 유래에 대한 제갈공명의 일화를 아시는 분은 많을 겁니다.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복하고 돌아와 노수라는 큰 강을 건너려는데 갑자기 거센 풍랑을 만났습니다. 사람의 머리 49개를 수신(水神)에게 바쳐 제사를 지내야 풍랑을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짜 사람의 머리 대신 밀가루 반죽 속에 양과 소의 고기를 다져 넣어 던졌습니다. 우리의 수신께서 이 요리(?)를 사람 머리만큼이나 흡족해하셨는지 풍랑은 곧 멎었고 제갈량 일행은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일화 때문에 만두는 제갈공명이 만든 것이다, 그렇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삼국지라는 소설 속의 이야기이니, 역사적 검증은 잠시 미루어두도록 합시다.


 이 일화에 따라 ‘오랑캐 만(蠻)’자를 써서 ‘오랑캐 머리’라는 뜻의 만두(蠻頭), ‘속일 만(瞞)’자를 써서 ‘신을 속인 머리’라는 뜻의 만두(瞞頭)로 불렀다고는 하나, 곧 ‘만두 만(饅)’자가 생기면서 지금의 만두(饅頭)가 되었습니다. 


 이 중 두 번째 한자인 ‘瞞頭’는 참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한 것이 아니라 신을 속인 것입니다. 여러 명의 목숨이 달린 중차대한 상황에서도 신에게 바칠 제물을 대신할 것을 즉석에서 만들어냈고 신은 거기에 ‘속아’ 넘어갔으니까요. 제갈공명이 신을 속인 이유는 살아있는 49명의 목숨을 잃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갈공명에게는 신에 의존하여 구원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목숨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생명이 더 소중했던 것입니다. 




 인명(人命)이 귀해 신을 보기 좋게 속인 자가 있는가 하면, 신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타인을 해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자도 있습니다. 최근 모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가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교인들의 행태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회를 방문한 방역요원들의 마스크를 벗기고 침을 뱉는 위험한 행동을 벌였었죠.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비밀스럽게 예배모임을 갖는가 하면, 특정 교회를 대상으로 방역당국이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실로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얼마나 속상하고 기운이 빠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신에 대한 믿음 자체를 틀린 것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릇된 믿음을 자신의 삶 위에 올려놓은 이들입니다. 타인의 안전과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해가면서 종교활동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이것은 극히 일부 교인들의 행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종교시설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다 같이 동참하면서 적극적으로 비대면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개인이나 집단, 더 나아가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면서 새삼 제갈공명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풍랑이 일었을 때 신의 노여움을 피하기 위해 진짜로 사람 49명의 머리를 베어 바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설사 잠시 풍랑이 잠잠해지더라도 그다음은 어떨까요?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결국 배에 남아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신을 속이고 기만할 필요까진 없겠습니다마는 인명이 어느 무엇보다 중요함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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