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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봇 Aug 30. 2020

감자만두 이야기

쫄깃하거나 부드럽거나

회사 근처에 즐겨 찾는 부대찌개 맛집이 있습니다.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많지요. ‘차돌박이부대찌개’, ‘스페셜소세지부대찌개’ 등 메뉴가 다양한데 회사 동료들은 유독 ‘만두전골부대찌개’를 좋아합니다. 부대찌개 위에 만두 몇 알을 올려 푸짐함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올라가는 만두는 감자만두입니다. 부대찌개에 감자만두를 넣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역시 만두피의 두께와 탄력이 아닌가 합니다. 얇은 피의 만두를 넣고 오랫동안 끓이면 만두가 터져버리기 십상이죠. 안 그래도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는 부대찌개에 만두가 터져서 그 소가 흩어져버리면… 물론 취향에 따라 그런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마는, 일반적으로는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칠 뿐 아니라 보기에도 썩 좋진 않습니다. 




 부대찌개 가게에서 쓴 만두는 아마 시판 만두였을 겁니다. 냉동만두가 아닌 손으로 빚은 감자만두가 궁금하다면 시장투어를 추천해봅니다. 


 충주 자유시장에 가면 감자만두로 유명한 가게가 몇 곳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만두를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맛집이지요. 이곳의 감자만두는 뚱뚱한 삼각형 모양인 것이 인도 만두 사모사를 닮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반투명한 흰색, 초록색의 만두피는 송편을 연상케 합니다. 한입 베어 물어보면 찰지고 쫄깃한 식감. 이번에는 떡인가 싶습니다.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외관과는 달리 안에 든 새빨간 김치소는 꽤나 매콤합니다. 맵다 싶을 때 서비스로 챙겨주신 뜨끈한 국물 한 입 하면 시원하게 중화되는 느낌. 다 먹고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네 개 천 원 하는 ‘감자떡’을 챙겨가도 좋습니다. 만두피 반죽을 주먹으로 길쭉하게 쥐어 그대로 쪄내 손자국이 선명합니다. 팥알이 송송 박혀있어 후식 느낌으로 먹으면 제격입니다.





감자만두라 하면 전분의 쫄깃함이 먼저 생각나지만, 감자만의 식감이 살아있는 만두도 있습니다. 강원도와 함경도의 향토음식인 ‘감자막가리만두’가 그것이지요. 본래 감자만두는 밀가루가 귀한 산간지방에서 밀가루 대신 감자를 써서 만들어졌습니다. 태백산맥이 가로지르는 강원도와 함경도에서 감자만두가 만들어진 것은 그 때문입니다. 밀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만두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한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자를 ‘막(거칠게) 갈아서’ 만들었다는 뜻의 감자막가리만두. 이걸 처음 맛본 곳은 서울 종로에 있는 북한 음식점 ‘능라밥상’입니다. 하얗고 뽀얀 다섯 개의 반달. 이 만두는 ‘만두의 주인공은 만두피가 아닌 만두소’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트려줍니다. 예쁘게 빚은 만두피의 식감은 감자옹심이와 같습니다. 쫄깃하면서도 찐 감자의 포슬포슬한 식감이 잘 느껴집니다. 여느 이북식 만두와 같이 만두소는 간이 세지 않은 편입니다. 덕분에 감자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두드러집니다.


 같은 재료로 만든 만두이지만 누군가는 잘 찢어지지 않고 쫄깃한 탄력에, 누군가는 감자 본연의 소박한 맛에 방점을 찍습니다. 여러분은 감자만두의 어떤 매력을 발견하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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