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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도사용쌤 Sep 25. 2022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고

수학선생의 반성과 희망


책 중에서...




철학이 생산되는 순간은 육체적이고 역사적이다. 거기에는 피 냄새, 땀 냄새, 아귀다툼의 찢어지는 음성들, 긴박한 포옹들, 망연 자실한 눈빛들, 바람 소리, 대포 소리가 다 들어 있다. 망연자실한 눈빛들 속에서, 쓸쓸하지만 강인한 눈빛을 운명처럼 타고난 사람이 역사를 책임지려 앞으로 튀어나가며 인간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시선을 화살처럼 쓸 때 철학 이론이 태어난다. 이처럼 철학 생산 과정에는 역사에 대한 치열한 책임성과 헌신이 들어 있다. 




시대를 건너가는 가장 높은 차원의 시선이 바로 철학이다. 모든 철학은 다 각기 그 시대를 이야기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수입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에 담겨 있던 바람 소리나 시장의 소란이나 땀 냄새들은 모두 빼버리고 관념적인 논의나 도덕적인 주장들만 받아들여 교조적으로 내면화한다.




현재의 틀로 미래를 재단하면 미래가 제대로 열리겠는가?




우리는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이냐?





이 책은 수학 선생들이 반성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정확히 우리들의 문제이다. 우리들이 만들어낸 문제이고 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수학 선생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 수학 수업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리는 이런 말들을 거침없이 한다.


"자~! 얘들아~ 생각할 필요도 없어"


"고민하지 말고 이렇게만 하면 돼!"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수학을 가르치는 것인데, 수학 문제를 풀면서 생각하지 말라??

(강사의 의도가 집중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집중해 보자"라는 표현이 필요하다.)




무엇이 우선인지 주객이 전도되었다. 어느새 우리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우선인지, 생각하는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우선인지 잊은 것이다. 그러니 수학 문제는 잘 풀어 좋은 대학을 갔어도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은 만들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높은 점수로 대기업은 취업했지만 업무처리능력이 없는 헛똑똑이를 양성하고 있다. 수학을 배우고 익히면  생각의 근육도 튼튼해지고 깊어진다는 핵심 가치를 바로 심어주자.




없는 길을 내는 것이 수학이다. 이미 밝혀진 정답을 외는 시대는 가고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학생 뿐만 아니라 많은 수학 쌤들도 질문이 아니라 풀이가 수학이라고 착각한다. 해설지를 읽어 보며 그 방법이 유일한 풀이라고 착각한다. 다른 풀이를 보여주면 "이런 방법도 있군요!" 이런 반응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길(풀이)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문제와 보이지 않는 곳에 답이 있었을 뿐, 길은 없는 것이다. 길은 답을 향해 만들어가는 것이지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풀이)에 현혹되거나 길들여지지 말아야 한다. 길들여진 사람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갈 힘을 키울 수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생각에 달렸다. 우리는 자꾸 다른 사람의 생각에서 힌트를 얻으려는 우를 범한다 


- 세네카-



우리 고등학생들은 수능을 보는 순간까지 정말 많은 수학 문제를 접하고 있다. 공부에 인생을 걸고 있는 우리 학생들은 이런 생각을 한번은 해봤을 것이다. 

얼마나 많이 풀어야 1등급이 나올 수 있을까?


명심해야 한다. 단지 풀이를 확인하고 외우는 공부라면 아무리 많이 풀어도 1등급에 도달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풀이를 외우고 답습한다고 해도 최상위권에는 도달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절대 그 끝에는 풍성한 과실이 없다. 잘못된 수학 공부법으로 헛고생을 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공부법으로는 말길 알아듣는 놈, 눈치 빠른 놈, 시키는 일밖에 못하는 놈 정도만 만들어진다. 새 시대를 열어갈 창의적 인재는 그 길 끝엔 절대 없다.




수학선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 먼저 그 끝을 가봐야 한다. 물론 우리 시대는 그렇게 배우고 익히지 못했다. 우리 세대는 우선 먹고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긴박함이 우선이었지 않는가! 우린 열심히 외우고 풀었기에 지금, 밥은 굶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똑같이 가르치면 그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나는 할 수 없지만 내가 응원할게 넌 할 수 있어~! 이걸로는 부족하다. 까막눈 어미도 정성으로 키워 자식을 서울대 보낼 수 있다. 그건 응원자(fan)이지 교육자가 아니다. 교육자는 몸소 그 길을 먼저 걸어야 한다.


무지와 오류의 끝없는 방랑길에서 느껴야 한다. 그 길가에 있을 때 두려움, 고독, 절망감을 느껴야 한다. 그것까지 포함해야 참 교육 아니겠는가! 최진석 교수의 본심을 몇 번 책에서 밝혔다. 우리가 이대로만 살다가 가기엔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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