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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영 Nov 13. 2022

삶은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언젠가 이슬아 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치와 무관한 것은 없다’라는 취지의 답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연애 이야기를 쓰더라도 그건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그 목소리에 기대어 ‘정치’라는 것이 삶과 얼마나 밀접한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정치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이해를 조정하며 질서를 바로잡는 것'을 뜻한다고 적혀있다. 나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가 이야기하는 것의 본질이 '인간다운 삶'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당을 지지하고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정치가 '삶'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삶 역시 '정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위해 ‘샴푸바’로 머리를 감는 것, 올바른 노동문화를 위해 ‘SPC’ 계열을 소비하지 않는 것, 입지 않는 옷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것, 신념을 위해 ‘고기’를 먹지 않는 것, 믿기지 않는 참사 소식에 ‘분노’하는 것 등. 일상의 크고작은 행동들의 근저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인간다운 삶’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모든 것이 하나의 의사표출이며, 정치와 같은 결을 공유한다고 믿는다.


정치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다운 삶’이 수학적 진리와는 달리 쉽게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각기 추구하는 행복이 다른 것처럼, 각자의 정치적 신념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누군가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되려 묻고 싶어진다. 정치적이지 않는 이야기란 도대체 무엇인가요?


나는 누군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야기, 힘들게 청년 대출을 받는 이야기, 3년째 같은 텀블러를 사용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들을 통해 그 사람이 생각하는 '인간다운 삶'에 대해서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청년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야생동물들이 더이상 터전을 잃지 않도록 환경이 파괴되지 않으면 좋겠다. '삶'은 자연스럽게 '정치'를 이야기한다.


삶이 바다라면 정치는 파도일 것이다. 파도는 우리를 바다의 저편으로 보낸다. 우리는 파도의 힘을 빌려 본래의 힘보다 더 먼 바다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파도는 때때로 모든 것을 전복시킬만큼 매섭게 일렁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파도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바다는 파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에, 나를 원하는 바다까지 보내줄 파도를 찾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바다는 파도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니까.

삶은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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