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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 May 21. 2022

충만을 만끽한

아주 잘 쉰 날.


왜 진작 안 했을까


야외 테이블 사는 거 사실 비용이 크게 드는 편은 아니다. 어떤 것을 사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동안의 욕심이 지금 누리는 기쁨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보기에 그럴싸하고 튼튼한 야외 테이블을 사고 싶은 그 욕심 말이다.



그래서인지 베란다 청소도 참 게을리했다. 빨래도 베란다에 널기보다는 거실이나 세컨룸에 너는데 오후에 빨래를 할 땐 세컨룸에 햇볕이 쨍하고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거실에 널 때는 밤에 세탁기 돌리고 널고 아침햇살 받을 때. 베란다에 빨래를 널면 먼지가 많이 쌓여서 잘 안 널게 된다. 차가 다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야외는 야외인지라 먼지 때문에 속옷이나 수건은 널지 않게 된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베란다 청소를 했다. 물청소를 시원! 하게 하면 좋으련만 호주는 베란다에 배수구가 없는 건식이다. 그들의 문화를 생각하면 배수구가 있는 습식 베란다가 좀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하겠다. 그렇지만 독일 친구가 가끔 아랫집에 양해를 구하고 물청소를 한다고 하는데, 물청소가 속이 시원해진다는 건 서양이고 동양이고 만장일치의 마음인가 보다. 이사 오기 전 집의 위층에선 식물에 물을 주느라고 우리 베란다에 물 폭탄을 쏟은 적이 있는데 참 무례하다 생각 들지만 딱히 항의하진 못한다. 왜냐하면 나도 다른 종류의 피해를 분명히 윗집이든 아랫집이든 주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어느 정도 한쪽 눈 감고 생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꾸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새는데 다시 돌아와서, 락스 물에 빡빡 베란다 청소를 한 후 바람이 너무 좋아 커피 한잔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한테 바로 작은 테이블을 사야겠다고 말했더니 그러자고 대답했다. 다음 날 바로 버닝스로 가서 (우리들의 놀이터)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두 개를 샀다. 놓은 날 밤부터 베란다 청소를 하루에 한 번씩 하기 시작했고 아하하하. 커피는 굳이 꼭 항상 여기서 마시게 된다. 작은 변화가 큰 기쁨이 된다. 일상 속 별것 아닌 것들이 주는 기쁨이 참 상당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온전히 편안하게 쉰 날이라 기록을 해둔다. 어젯밤에 기분 좋은 꿈을 꾸었는데, 꿈에 등장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깔깔대며 웃었다. 유재석 면먹방을 보니 라면이 너무 땡기는거라. 그래서 라면을 끓여서 내 사랑 베란다에서 한 끼를 해결했다. 라면을 먹으니 수영이 또 하고 싶은 거라. 이십 분만 딱하고 나오자!며 냉커피도 싸서 아래로 내려갔다. 어푸어푸 몇 번 왔다갔다하고 나오니 정말 이십분이 딱 지나있었다. 오랜만에 수영해서인지 허벅지가 터질 듯이 아프다. 운동 후에 몸이 아프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뿌듯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사실 이건 그간 내가 얼마나 운동을 하지 않았는지 느끼게 해주는 신호인데 안 하다 했다고 뿌듯한 감정으로 압도당해버리기. 수영하고 나오니 추워서 냉커피는 샤워 후 마셨다.





















뒹굴뒹굴 집안일 좀 하다가 또 출출해져서 간식을 만들어 베란다로 갔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하늘이 또 참 아름다운 거다. 바람은 또 왜 이렇게 좋은지 유튜브 보면서 먹으려고 핸드폰을 켰다가 우연히 선우정아의 킬링 보이스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노래 들으며 하늘색이 변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충만해지는 기분을 만끽했다. 내 마음에게 쓰담쓰담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잘 쉬었다고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잘 쉴 줄 안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까. 잘했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쉴 땐 쉼에만 집중해서 충만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즐기자고 결심했다.











일주일 내내 낯선 혹은 친한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고 말을 하니 혼자만의 시간이 참 소중하다. 특히 난 외부 자극에 쉽게 에너지를 뺏기는 내향인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담겨 정보처리할 시간 그리고 비워낼 시간이 남들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그걸 오늘은 참 잘 해냈다. 번뇌 없이 휴식만을 즐긴 날이 흔치않아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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