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로 다스려보자
나는 의지의 문제야 정신력의 문제라고 뭐가 잘못된 걸까 나는 저녁에 일을 수년간 해왔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더 늦은 시간에 잠에 들곤 한다 흔히 모두들 알고 있는 건강한 생활 루틴처럼 씻고 얼른 자고 아침에 일어나 일가기 전에 하루를 즐기면 좋겠지만 난 그렇지 못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다 일 마치고 집에 오면 허기가 진다 일단 먹는다 땀 흘리고 육체노동을 하고 나면 맥주가 그렇게 당긴다 그러면 맥주를 한 잔 마신다 그렇게 널브러진 식탁을 치우고 싶지가 않다 너무 귀찮다 그 상태로 한 시간도 넘게 있을 수 있다. 그런 일상에 익숙해진 나는 아침 늦게까지 잘 수밖에 없다 밤에 늦게 자는데 어떻게 일찍 일어나겠어 밤에 더 정신이 말똥해지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은 내가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오전에 하는 일을 해보았지만 그래도 밤이 되면 눈이 말똥말똥 해진다. 나는 확실히 밤을 더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육체가 말해준다 신체에서 분비되는 어떤 성분이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을 구분 짓는다고 뇌과학자가 말했다 그렇지만 그 성분이 무엇인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몸이 불편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자처한다. 영어로 책을 읽으면 사실 괴로우면서 가끔 무얼 위해 책을 읽는 것인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러다 한글로 된 책을 읽으면 그래 이 기쁨이지! 하고 탄성한다. 그 고비를 넘기면 찾아오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한다. 심심한 시골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루한 것은 싫어한다 심심한 것과 지루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가 느끼는 심심함이란 고요하고 평온한 환경을 뜻한다. 금방 싫증이 난다 그래서 생활 속 작은 변화들을 자주 준다. 그 변화의 정도에 따라서 나의 산뜻함의 지속 정도가 결정된다. 그마저도 무기력감으로 휩싸일 때가 있다. 생리 중이라, 생리 전이라, 배란주라 각 주마다 핑계를 댄다. 그러면 한 달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일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어.. 일주일 정도? 돌이켜보면 삶 자체가 그런 것 같다 고통 속에 산다 인내하며 작은 즐거움을 찾다가 큰 기쁨이 찾아왔을 때 찰나의 행복을 누린다. 그리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그 누렸던 기쁨을 되새김질하며 인내한다.
원래 사는 게 그런 거라고 수용하는 자세로만 체념하고 싶진 않다.
실습에 대한 부담담이 큰 것 같다 지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서 생각만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많다. 지금 휩싸인 무기력감은 그것이 원인이라 짐작해 본다. 할 일이 많다. 할 일은 또 다 한다. 그 바쁜 와중에도 무기력한 마음이 늘 자리한다. 열망과 불안도 병행한다. 가볍게 생각하자. 지금 내게 필요한 마인드 셋은 돌덩이처럼 생각하지 않기. 유희로 유희로 유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