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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Dec 26. 2021

기변 욕구에 대처하는 자세는?

현재 환경에 만족해야지!

첫째님과 둘째 놈을 데리고 놀이터나 공원으로 놀러 가면 항상 첫째님에게 신경을 쓴다. 위험을 크게 인지 하지 못하고 갑자기 뛰어다니거나 길에 강아지 똥을 피하지 않고 밟을 수 있어 옆에 붙어서 행동을 제지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 놈은 서운할 수 있지만 첫째님이 하는 놀이는 둘째 놈에겐 전혀 즐겁거나 재밌지 않다.

둘째에게 미안해서 모래 놀이 도구를 들고 모래 놀이터로 가면 또래 친구들을 찾아서 논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둘째 놈에게 덜 미안해진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 집에는 당연히 비눗방울 하나쯤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도 그간 스쳐간 버블건이 3개나 있었다. 작동법만 알지 주의사항을 잘 모르던 둘째 놈이 죄다 망가뜨려서 더 이상의 버블건은 사지 않고 대신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드는 도구를 구매했다. 아이들에게 있어 비눗방울은 내 어린 시절의 방구차 같은 존재여서 비눗방울만 날리면 공원, 놀이터의 4~5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덤으로 그들의 부모님 역시 강제 소환시켰다.

커다란 비눗방울 만드는 도구에 버튼을 강하게 눌러야 도구가 펼쳐지면서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지만 둘째 놈은 아직 소근육이 덜 발달돼서 세게 누르지 못하니 펼쳐질 리가 없었다. 엄청난 짜증과 함께 안된다며 갖고 오면 첫째님의 손을 붙잡고 비눗방울을 커다랗게 만들어 날려줬다. 그럼 대부분은 비눗방울을 쫓아가야 하지만 둘째 놈은 말한다.

"아빠! 내가 할래!"

다시 건네주면 또 안된다며 짜증을 낸다. 그럼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는 첫째님 손을 잡고 와서 알려줘야 했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둘째 놈은 계속 짜증을 내며 모래 놀이하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비눗방울 해달라며 심통 부린다.

혼자서도 잘 놀게 해 줄 비눗방울을 찾아야 했고 그 답은 역시 버블건이었다. 앞서 망가뜨린 버블건은 1년 전이었고 이젠 6살이니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듣겠다 싶어 버블건 사러 마트에 갔다. 1년 전엔 꽤 비쌌는데 이젠 공급이 넘쳐 가격도 저렴해졌다. 여러 기능들이 추가됐지만 노래가 나오는 것들은 시끄럽기에 제외시켰고 앞부분이 돌아가면서 발사되는 토네이도 버블건이라는 걸 이름은 무식한데 저렴한 가격이라 구매했다.

어린이집이 끝난 둘째 놈과 첫째님을 이끌고 놀이터로 갔다. 버블건을 건네주며 앞을 향해 발사하라고 말한 뒤 첫째님을 케어하고 있는데 비눗방울이 정말 심각하게 잘 나와서 여기저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을 소환시켰다. 둘째 놈은 신나서 버블건을 발사했고 집에선 버블건 금지령을 내렸지만 화장실에서 들어가 마저 즐기지 못한 비눗방울을 발사하며 건전지를 다 사용할 때까지 발사했다.


3주간 주말마다 비가 오더니 마침 날 좋은 토요일 오전, 집 앞 공원으로 놀러 갔다. 첫째님은 좋아하는 그네를 타고 둘째 놈은 더 좋아하는 버블건을 다른 아이들에게 자랑하며 발사했다. 그때 저 멀리 둘째 놈보다 한 살 어린 여자아이와 아빠가 나타났고 그 아이는 둘째 놈 옆에 서더니 본인의 버블건을 발사했다.

그 버블건은 바로 시크릿 쥬쥬 마법봉 이었다. 현란한 노래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비눗방울 크기가 너무 앙증맞았고 둘째 놈의 토네이도 버블건이 무색할 정도로 더 많은 방울이 나왔다. 둘째 놈은 버블건 발사를 멈추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아빠! 나도 저거 사줘!"

산지 1달도 채 안 지났는데 더 좋은, 본인의 최애 시크릿 쥬쥬 노래가 나오는 마법 버블봉을 보더니 기변을 요구하는 저 아이를 설득시켜야 했다. 노래는 시끄러워서 집에서 사용 못하고 우리 건 앞부분이 돌아가서 더 큰 방울이 나온다며 열심히 설명했지만 이미 둘째 놈과 그 공원의 아이들은 마법 버블봉에 매료됐다.

시크릿 쥬쥬가 있기 때문에 분명 캐릭터 비용이 포함돼있겠거니 하고 가격을 찾아보니 역시나 우리 것보다 3배 이상은 비쌌다. 사주려면 사줄 수 있지만 이렇게 사주는 게 과연 맞는 건지 생각해보며 우리 버블건의 장점을 한없이 브리핑하면서 겨우 겨우 달랬을 뿐이었다.



기변은 둘째 놈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기변은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바꾸고 싶은 욕구가 든다. 둘째 놈처럼 나 역시도 그렇다. 차를 산지 3년이 됐다. 기존에 타던 달구지와 안녕하고 중형 세단을 타니 세상 편했다. 아내의 퇴직금과 맞바꾼 이 세단의 이름은 그래서 퇴직금이다. 우리 퇴직금은 가족이 타고 다니기엔 너무나 편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달구지는 디젤이었지만 가솔린으로 넘어오면서 누군가는 엔진 소리가 시끄럽네 하지만 내 귀에는 잘 안 들렸다. 차에서 음악 듣는 걸 좋아하기에 스피커 옵션까지 포함시켜 만족하면서 차를 타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주변에 더 좋은 차들을 보며 슬슬 욕심이 생겨났다.

물론 버블건 바꾸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에 그저 부러움과 그 차의 장점을 인터넷 기사로만 보면서 만족해하지만 한 번은 타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 전 그 차 브랜드에 대한 엄청난 영상이 나왔다. 중앙선에 서있는 사람을 확 피하면서 제동 하는 장면인데 운전자가 레이서가 아닐까 할 정도의 반응 수준이어서 대단하다 하며 봤는데 운전자는 평범한 여성분 이였다. 평소 그 브랜드의 이념이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안전을 위한 회피 기능을 보며 다시 설립이념부터 지금에 오기까지의 모든 정보들을 찾아봤고 내가 알던 내용보다 더 대단한 내용들이 많다 보니 참 욕심이 났다. 아내한테 언제나 그 차에 대한 자랑을 했는데 이 영상 하나로 그 브랜드에 대한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싶다 라는 내 욕심은 여전했다.


둘째 놈이나 나나 기변 욕구는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둘째 놈에게 시크릿 쥬쥬 마법 버블봉을 사준다면 그 기쁨은 내가 그 차를 받았을 때의 기쁨과 아마도 같을 것이다. 욕구는 같고 받았을 때의 기쁨 역시 같지만 들어가는 비용은 비교 자체가 안됐다. 한놈은 용돈에서 해결되지만 한놈은 용돈을 30년은 모아야 가능하니!


하지만 둘째 놈은 그때만 비눗방울을 좋아할 뿐 평소 생활에선 전혀 비눗방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도 없었다. 금방 실증내고 다른 걸 찾지만 사달라고 말을 할 뿐 미련이 없었다. 눈에 보일 때만 갖고 싶은 것이지 보이지 않을 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나는 이런 욕구를 어떻게 신경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까? 운전은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노릇인데.

그냥 내 삶 자체를 만족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의 내 삶, 지금의 내가 가진 것들 모두 다 잘 활용하고 있는데 더 좋은 걸 가진다고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을 테니까!

둘째 놈에겐 이런 말이 소용없을 수 있지만 나한테는 소용 있어야 할 듯싶다. 아직 아픈 곳 없이, 상한 곳 없이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고 있으니 그걸로 내 삶을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기변 욕구에서 조금은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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