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에세이
정확함을 추구하는 과학이라지만, 과학은 생각보다 단순화를 많이 한다. 생략도 흔하고 가정도 잦다. 어려워서 그렇다. 뭐든 일단 간단하게 다가간다. 울퉁불퉁한 물체는 점으로 단순화하고, 이리저리 튀는 유체는 한 방향으로만 흐를 거라 가정한다. 안 그러면 너무 어려우니까.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고려하면 너무 복잡하니까.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은 일부를 무시하고 간단히 생략해버린다.
교재 속 심플한 문제와 달리, 현실에선 낙하하는 물체 한 번 제대로 파악하기 까다롭다. 물체의 모양, 주변 공기 흐름, 지구의 운동과 우주 물질의 영향까지. '정확'해지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우주 속 숨겨진 힘마저 고려 대상이 된다. 그래서 오로지 세밀함만을 추구할 듯한 과학에서도 수두룩이 어림해댄다. 우주의 영향, 지구의 존재, 공기의 저항을 없는 셈 친다. 그런 어림의 결과는 생각 이상으로 정확하다.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다. 단박에 해결되는 건 웬만하면 없다. 생각할 것도 한둘이 아니고 교재 속 꼬일 대로 꼬아놓은 고난도 문제보다 어려운 일들 투성이다. 그 속에서 매 순간 복잡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오히려 가볍게 여겨 본다. 문제를 단순히 바라본다. 잘 될 거라 가정하며, 변수는 대강 생략하고 앞에 놓인 단계들을 간단히 삼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사회도 결국은 물리 법칙을 따를 테니까.
어려울수록 우선해야 할 일은 어려운 생각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단순하게, 그럴수록 간단하게 바라봐야 했다. 복잡한 걸 반대로 단순히 바라보다 보면, 어렴풋 해답이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 모든 걸 정확히 따지려 들지 않는다. 처음엔 간단히, 조금씩 깊게 다가가는 태도로 말이다.
번잡한 세상이지만, 단순히 바라볼 필요도 있다. 가장 혼잡한 순간에 외려 단순한 것들이 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과학은 복잡한 학문이 아니었다. 복잡한 현상을 간단히 바라보게 해주는 도구였다. 얼마간은 무시하고 단순함을 유지할 때, 때론 가장 효과적인 시선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