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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30. 2022

처음 가 본 골목길

과학과 에세이

골목길을 즐겨 걷는다. 때문에 처음 가 보는 동네는 골목길을 꼭 한 번 들른다. 골목길엔 갈래 길이 많아 순간순간 선택을 피할 수 없다. 지도를 끈 채 이리 가다 저리 가면 어느새 또 다른 낯선 동네에 다다른다.


이곳에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잦다. 우연히 털이 얼룩덜룩한 길고양이를 마주해 한동안 가만히 구경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갑작스레 등장한 오토바이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큰 길가와는 달리 뒤따라 걸을 사람조차 없다. 그저 이곳저곳 휘둘러 살피며 사이사이를 누빈다. 처음 보는 예쁜 카페나 가게를 보면 기억해두려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고즈넉한 옛 건물 앞에선 걸음을 늦추며 차분히 음미하기도 한다.


갈림길과 사잇길은 언제나 참 많았다. 일생일대의 중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도 있고,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다급한 순간도 마주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고, 앞으로는 더 많이 그럴 테다. 그럴 때마다 두려움은 선뜻 발을 뗄 수 없게 했지만, 그럴 때면 골목길을 누볐던 기억을 살포시 꺼낸다. 그때 잘 모르던 곳도 두려워 않고 앞을 보고 걸어 나갔던 기억, 꾸불꾸불한 골목 사이에서 한동안 돌고 헤매도 결국 지도 없이 밖으로 벗어났던 경험. 모두 꺼내어 선연하게 떠올린다.


복잡함보다 고요함이, 번화함보다 한적함을 선호해서 그런가 처음 가본 동네일수록 대로변보단 골목이 좋다. 하지만 어쩌면, 종종 맞이했던 선택의 순간에서 스스로 결정했던 기억이 떠올라 골목이 더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조용히 용기를 심어주었던 골목길, 아마 앞으로도 골목길이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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