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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30. 2022

단순화, 생략, 가정

과학과 에세이

정확함을 추구하는 과학이라지만, 과학은 생각보다 단순화를 많이 한다. 생략도 흔하고 가정도 잦다. 어려워서 그렇다. 뭐든 일단 간단하게 다가간다. 울퉁불퉁한 물체는 점으로 단순화하고, 이리저리 튀는 유체는 한 방향으로만 흐를 거라 가정한다. 안 그러면 너무 어려우니까.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고려하면 너무 복잡하니까.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은 일부를 무시하고 간단히 생략해버린다.


교재 속 심플한 문제와 달리, 현실에선 낙하하는 물체 한 번 제대로 파악하기 까다롭다. 물체의 모양, 주변 공기 흐름, 지구의 운동과 우주 물질의 영향까지. '정확'해지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우주 속 숨겨진 힘마저 고려 대상이 된다. 그래서 오로지 세밀함만을 추구할 듯한 과학에서도 수두룩이 어림해댄다. 우주의 영향, 지구의 존재, 공기의 저항을 없는 셈 친다. 그런 어림의 결과는 생각 이상으로 정확하다.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다. 단박에 해결되는 건 웬만하면 없다. 생각할 것도 한둘이 아니고 교재 속 꼬일 대로 꼬아놓은 고난도 문제보다 어려운 일들 투성이다. 그 속에서 매 순간 복잡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래서 오히려 가볍게 여겨 본다. 문제를 단순히 바라본다. 잘 될 거라 가정하며, 변수는 대강 생략하고 앞에 놓인 단계들을 간단히 삼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사회도 결국은 물리 법칙을 따를 테니까.


어려울수록 우선해야 할 일은 어려운 생각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단순하게, 그럴수록 간단하게 바라봐야 했다. 복잡한 걸 반대로 단순히 바라보다 보면, 어렴풋 해답이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 모든 걸 정확히 따지려 들지 않는다. 처음엔 간단히, 조금씩 깊게 다가가는 태도로 말이다.


번잡한 세상이지만, 단순히 바라볼 필요도 있다. 가장 혼잡한 순간에 외려 단순한 것들이 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과학은 복잡한 학문이 아니었다. 복잡한 현상을 간단히 바라보게 해주는 도구였다. 얼마간은 무시하고 단순함을 유지할 때, 때론 가장 효과적인 시선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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