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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연 Nov 01. 2024

별거 아니에요...

그런 건 없답니다.

"와~ 7년 동안 계속 운동을 해오다니 너 너무 대단해"

"대단해 보이지만 별 거 아니에요. 그렇게 열심히 한 건 아니거든요."


"스스로 교재를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친다고요? 대단해요."

"이거 알고 보면 별거 아닌 거에요."


"혼자 회사를 만들어서 이제는 수출까지 한다구요?"

"말은 거창하지만 알고 보면 별거 아니에요."


"하는 일이 있는데 다른 공부를 또 시작한다구요?

"그냥 하는 거에요. 별 거 아니에요."




가장 위에 것은 나의 딸이 한 말이고, 두 번째는 지인이 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두 개는 내가 한 말이다

.



나는 사람들에게 말해준다.

"별 거 아닌 건 없어요.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진짜다.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이 해낸 건 대단하다.

물론 그 일을 해나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떤 날 나태했는지, 어떤 날은 시간에 쫓겨서 검토도 없이 submit을 눌렀는지 알기 때문에 그 일이 다 내세우기에는 멋쩍다 생각할 수 있지만, 바깥에서 그 일을 보는 입장에서는 꾸준히 그 일을 해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이미 한 일에 대해서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야기해 준다.

"아뇨 아뇨 정말 대단해요.

별 거 아니긴요. 나한테 지금 그걸 하라고 하면 하나도 할 수가 없어요. 진짜 대단해요. 꾸준히 그렇게 정성껏 해 온 게요."

이건 나의 진심이다.

그 사람들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 대단하다고 말해준 상대방도 시작하면 금방 다 알게 될 텐데, 시간 내서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밀푀유에 파이가 겹겹이 쌓여 맛있고 예쁜 디저트가 되는 것처럼 그 켜켜이 쌓인 시간과 결과들이 그들만의 예쁜 디저트로 완성된 것이란 걸 안다.

아마도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따로 떼어져 있으면 뭔지 알 수도 없는 파이 속살 한 장이 눈에 더 밟혔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그 속살들이 모여야만 밀푀유가 되고, 아무나 그 속살을 모을 수 없다고 나는 늘 말해준다. "알고 보면 별 거 아니에요."라고 말해주는 사름들에게....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마지막의 두 대화처럼 말해버렸다.

왜 그랬지? 하고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 나한테 저 말을 했으면 난 틀림없이 "별거 아니긴요. 대단해요"라고 틀림없이 말해주었을 텐데....


저 안에는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다.

수출을 하려고 엄청 노력한 것은 맞다. 큰 기대를 하면서...

그 노력은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어쩌면 별 거 아니다. 

ARS 안내를 들으면서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관공서와의 수많은 전화 통화들, 수출을 위한 용어를 익히고 구글 번역기와 함께 영어로 된 문서를 작성해 나가던 일, 수출 법령 한 줄을 알기 위해 검색에 몰두했던 시간들, 영사관을 찾기 위해 구글맵을 들고 광화문을 걷던 시간들.... 

떼어 넣고 보면 그야말로 그 일이 무엇을 위해서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정성을 들인 결과는 기댓값에 미치지 못했다. 남에게 내세우기에는 너무 귀여운 수출량이다.

귀여운 수출량이라고 해서 그 복잡한 수출의 프로세스를 하나라도 빼먹으면 안 된다. 그 과정을 해내느라 꽤나 오랜 시간 시간을 들였다. 나의 노력과 기대에 비해서 못 미친 결과값 때문에 나는 그동안 내가 한 이 정성스러운 일을 "별거 아닌 일"로 만들어 버렸다.

다른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도 나만 아는 비밀이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시작하는 입장에서 아주 살짝 발을 담가보니 일단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허들이다. 이제 시작이니 당연히 나의 부족한 점부터 보이고, 과연 이 일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한다.

그런데 나는 이 일이 완성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내가 시작한 중대한 일 (오랜 생각해서 결정한 일)을 별 거 아닌 일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이 중대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알아보고 검색하던 시간을 나 스스로 별 거 아닌 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서 말해놓고 나서 스스로 기분이 언짢아졌다.




나는 요 며칠 나 자신이 나의 일을 별 거 아닌 일로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 생각을 하니 "결과" 더 비중을 둔 내 진짜 마음을 알게 되었다.

Oh, My God!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던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나를 발견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에 대한 발견은 반가운 일이었다.

나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에게 직접 말해 주었다.

"별 거 아닌 건 없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위해 정성을 쏟고 있는 것 자체가 바로 대단한 거야.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별 거 아닌 일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만큼 나에게도 친절한 사람이 되자!


이런 생각으로 마무린 된 "별 거 아닌 것은 없어" 스토리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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