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나의 이모 / 자작시(34)

by 시 쓰는 소년

연탄가스 찰나의 비운으로

애꿎은 하늘 바라보기 50년


꽃다운 소녀시절

하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긴긴 겨울밤

조그만 쪽방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억억 소리


괴물이 산다. 도망가.

철없는 조카의

그 모습을 보았더라면

그 목소리를 들으셨다면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 전 다녀온 병문안에서

머릿속을 빙글빙글 맴돌며

떠나지 않은 한마디


가지 말어. 가지 말어. 나 곧 죽을 것 같아.


뼈 밖에 남지 않은 창백한 손을 붙들고

그럴 일 없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지만

엄습해 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허공을 바라보던 초점 없는 눈동자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잡은 손을 놓으면서

있는 힘껏 내게 했던 말은

엄마 옆에 묻어줘. 엄마 곁에 있게 해 줘


그래, 엄마 옆에 묻어 줄 테니

이모, 이제 더 이상 무서워하지 말어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울지 말어


내가, 내가 우리 이모 행복하기를

저 하늘에서 꽃 피우기를 기도 할게.


사랑해. 자 이모.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고등학생 때 연탄가스 사고로 몸이 굳은 채

50년을 누워 계셨던 이모가 오늘 소천하셨습니다.


온몸이 굳어 말조차도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제가 스무 살 되던 해. 용돈을 조금모아 타자기 자판을 가져왔고 힘겹게 누르셨지만, 처음으로 이모와 소통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난주 병문안이 마지막임을 직감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얼굴 봐서 다행이다.

평생을 소녀의 마음으로 사셨던 이모. 내일은 우리 이모를 고이 묻어 드리고 오려고 합니다. 행복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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