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위로

by 시 쓰는 소년
photo by 시 쓰는 소년

땅을 딛고 선다는 것은

늘 무게를 감당한다는 뜻이었다


돌처럼 무거운 날도 있었고,

빛 한 점 스며들지 않는

어둡고 짙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내발 아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올려다보면

저 하늘 끝과 닿아있는 길이 보인다


그 길은,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땅 위에 있지 않으며

마음이 따라가는 길 위에 놓여 있다


아직 누구의 발자국도 새겨지지 않은,

순결한 길 위로 내 마음을 먼저 옮기리라


그것은 곧

내 안의 어둠을 지나

세상의 빛으로 나아가는 이로움이다


그 길을 기쁘게 걷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나는 조금 더 가벼워지고, 조금 더 높아진다


그것이 위로이며, 위안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소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