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같은 오늘 하루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계산이 되지 않아서 시간표를 그려봤습니다. 방학 시즌이라 밀려드는 강의 제안을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받고는 있는데 혹시라도 겹칠까봐 불안했거든요. 그래서 날짜별로, 요일별로, 시간별로 눈에 쏙 들어오도록 엑셀로 표를 만들어봤습니다.
눈으로 확인이 되니 하루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군요. 요즘엔 오전 10시부터 수업을 시작해서 두 시간씩,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지키고 있네요.
오전에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서둘러서 점심을 준비합니다. 제가 먹을 점심이기도 하지만 눈꼽도 떼지 않은 채 입벌리고 있는 저희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그러다보면 후딱 다음 수업 시간이 다가옵니다. 저는 어느 날은 점심을 먹고, 다른 날은 차려만 놓습니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납니다. 아까 차려놓은 제 점심을 이 때쯤 먹기도 합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간식을 줄 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오후의 세 번째 수업을 맞이합니다.
세 번째 수업을 마치면 바로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아이들 학원 스케줄에 맞춰서 어떤 날은 아이들이 대충 차려 먹고 학원에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또다시 입 벌리고 저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저녁을 차려주고 나면 오늘의 마지막 수업 시간입니다.
저녁 수업까지 마치면 저는 그제서야 맘 편히 저녁을 먹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지요.
모두의 방학 기간은 비슷하고, 수업을 원하는 시간대도 비슷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방학특강은 1~2주 안에 몰려 있습니다.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도 1~2주면 끝난다는 얘기죠. 하루하루가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듯 했습니다. 빈 칸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 빈칸을 채워 넣으려고 도형 조각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듯이 말이죠. 수업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보려고 이리 맞춰보고 저리 맞춰보며 빡빡하게 일정을 맞추고 있었거든요.
저만 이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 저 오늘 7시간 줌 해요."
어느 날, 줌 수업에 들어온 한 친구의 푸념이 들립니다.
"그래?"
"네. 벌써 아침에 **했고요. 이거 끝나면 바로 **해야 해요."
'아... 그렇구나... 너희들도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몰랐습니다. 제가 테트리스처럼 하루의 빈 칸을 채워나가듯이 아이들도 하루의 빈 칸을 계속해서 채워나가고 있다는 것을요. 제 수업이 늘어나는 것처럼 아이들의 수업도 늘어난다는 것을요.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시간을 참 많이 절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동시간이 필요없기 때문에 시간만 맞으면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이것도 배웠다가 저것도 배웠다가 할 수 있지요. 분명 큰 장점이기는 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저희 아이들 어렸을 때, 매번 방학 계획을 짜곤 했습니다. 어디 가서 어느 체험, 어디 가서 어느 수업 등등... 하지만 당시에는 직접 그곳에 가야했기 때문에 하루에 한 곳 정도였습니다. 그 수업이나 해당 체험을 마치면 이후 시간은 자유롭게 보냈죠.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네요. 애써 나갈 필요도 없으니 집에서 바로바로 몇 개의 수업을 신청해 연이어서 들을 수 있어요.
분명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게 과연 아이들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 제가 다 고민이 되었습니다. 물론 선택은 학부모님이, 그리고 아이들이 하겠지요.
여러분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테트리스 같은 오늘 하루.
여러분은 어디까지 채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