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한 필수 대화기술
얼마 전 티비 프로그램에서 서로 쳐다보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는 부부의 모습을 ‘노룩(no look) 부부’로 표현한 것을 보았다. 물론 부부간 갈등 상황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가진 표현이겠으나, 나는 순간 결혼생활을 오래 지속해서 편안하면서도 최소한의 에너지로 서로를 대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혼한 지 11년이 지난 나도 종종 노룩 대화를 하곤 한다. 좋게 생각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묻어나는 참 효율적인 의사소통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부부는 정말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도 한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옷걸이에 옷을 걸어 둘 때 방향을 매번 반대로 걸게 되는 나의 묘한 습관 때문에 말다툼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해서 오랜 시간을 지내 왔는데 이렇게 사소한 일이 갈등의 요소가 되니 결혼 생활은 정말 지루할 날이 없다.
문제의 핵심은 옷걸이를 반대 방향으로 건 행동이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난 11년 동안 한결같이 그렇게 해왔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아내는 그 일을 문제 삼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내가 어쩌다 옷걸이 문제로 툴툴거릴 때는 옷걸이보다 더 큰 다른 문제들이 있다는 신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을 여는 대화법이다.
상대방이 사소한 문제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둘 사이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맥박이 갑자기 빨리 뛰고 상대방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으르렁거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대응 방식이 문제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이미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따라서 현명한 당신에게는 이런 대사가 어울린다.
“그랬구나, 내가 신경 못 써서 미안해. 요즘 힘들지?"
"오늘 하루는 어땠어?”
처음에는 어렵지만 몇 번 연습하다 보면 적절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실 대화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면 “너 때문에 힘들어!”와 같은 면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이런 반응들은 행복한 결혼생활로 가고자 하는 당신에게 있어 아주 작은 저항에 불과하다.
당신도 인간인지라 당신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에게 순간의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뭐 안 힘든 줄 알아?”라고 대꾸하는 순간, 안타깝게도 당신은 활활 타오르는 불화의 장작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감정은 그 순간에만 강렬할 뿐 아마도 잠을 자려고 누울 때쯤이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하며 이불킥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신의 자존심은 부디 다른 데서 챙기기 바란다.
부부사이뿐만 아니라 부모 자녀 친구 등 당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대화법을 사용해 보자.
“오늘 하루는 어땠어?", "요즘 어때?”라고 물어볼 때마다 당신의 인간관계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현명한 당신이 오늘 이 대화법을 사용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웬만하면 옷걸이 방향은 잘 맞춰서 걸자.
침묵은 스스로 퍼진다. 대화가 멈추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할 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새뮤얼 존슨
*이 글은 byb 생활의발견 <최혜만의 마음PT> 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