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둘러보았다.
일주일 내내 이어진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들려왔고, 저희의 산행 계획도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산이 좋아 마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 일단 밖으로 나섰다.
네 명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마음의 짐을 꺼내놓았다. 폭우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있고, 은퇴 후에도 일터로 향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한가롭게 등산 배낭을 메고 나서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특히 서울 근교까지 전철을 타고 가기로 했던 터라, 등산 배낭을 멘 네 사람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하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저희는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 시작했다.
넷이 함께하려면 전철을, 셋이 움직이려면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네 명의 모임에서 세 명의 산행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폭우 피해가 컸던 지역은 피해야 했기에, 가까우면서도 비교적 안전한 곳을 찾았다. 여러 후보지 중 경기 북부의 가평과 포천은 피해가 커 제외하고, 인접한 파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감악산을 목적지로 정했다. 그곳은 시원한 운계폭포와 아름다운 계곡길, 그리고 편안한 둘레길까지 갖추고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차를 운전하면 두 친구를 편하게 태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점도 있었다.
사실 이번 산행에는 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오랜 기간 어머니를 간호하다가 잠시 형제들에게 돌봄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온 친구 H를 만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친구를 만날 겸, 위로할 겸 떠난 산행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원주와 파주, 두 곳에 감악산이 있다. 오늘 향하는 곳은 4년 만에 다시 찾는, 파주와 양주 경계의 감악산이다.
주중 아침,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은 의외로 한산하다. 모두가 도심으로 향할 때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덕분이다. 그 여유를 즐기며 H를 태우고, 다시 B를 만나러 간다.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남과 북에 떨어져 지내니 얼굴 보기가 참 어렵다. 도심의 이런 거리감이 시골 분들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우리에겐 이미 당연한 현실이 이라고 할 것이다.
B까지 모두 태우고 자유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니, 익숙한 자전거길이 눈에 들어온다. 평화누리길이다. 예전에 H와 나는 그 길을 걸어서 연천까지 갔었는데, B는 자전거로 신나게 달렸다고 한다. 걷기에는 단조롭던 그 길이 자전거로는 더없이 편안했다는 말에, 평지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며 다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옛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차는 자유로를 벗어나 황희 선생 유적지 방면인 당동IC를 지난다. 37번 국도를 타고 적성면을 거쳐 드디어 파주 감악산 입구에 다다른다. 친구 J가 말하던 설마리, 그리고 영국군 참전비가 스치듯 지나간다.
드디어 감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범륜사 입구에 차를 대고 굽이굽이 걸어 올라가야 했지만, 이제는 '감악산 출렁다리' 주차장이 생겨 훨씬 편해졌다.
산행은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졌지만, 잘 정비된 데크 길이라 오르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전망대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저 멀리 정상은 구름에 신비롭게 가려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예보에도 없던 비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우산을 꺼냈지만 모자뿐이었다. "나는 모자가 있으니 괜찮다"며 고쳐 쓰자마자, 신기하게도 빗줄기가 잦아들었다. 이후로도 비는 이따금씩 흩뿌렸지만, 친구들도 성가시게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느니 차라리 시원하게 맞으며 걷는 쪽을 택했다.
감악산 출렁다리를 지난다. 길이가 150m라고 되어 있는데 평일 아무도 없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계곡길을 찾아서 올라간다. 하지만, 어제까지 내린 비로 계곡은 등산로가 그대로 있다는 보장이 없어 능선을 바로 들어섰다. 사실, 계곡으로 가면 능선으로 가는 길보다는 힘들게 오르는 등산로가 없지만, 계곡길을 선택하지 않고 능선길을 선택하였다.
감악산 돌탑지역을 지났다. 보리암이라고 하였다. 4년 전에 돌탑을 쌓으려고 시작한 부분이 그대로다. 오랫동안 돌탑을 쌓던 분이 어떻게 되셨는지 그대로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직은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개도 있고 주변에 밭에 농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악귀봉을 오른다. 감악산을 계곡길을 통해 오를 때 가장 힘든 코스가 이곳이다. 악귀봉을 오르면 그 이후에는 편안하다고 할 것이다. 조금 오르고 내려오고 가 다 일 것이다. 악귀봉에서 장군봉도 바라보고 내려왔다가, 통천문을 바라보고 장군봉을 가기 전에 장군봉과 임꺽정봉을 바라보기 위하여 형성봉으로 간다. 그곳에서 바라보니 그 경치가 일품이다. 친구들과 함께 임꺽정봉의 암릉에 설치되어 있는 데크를 올라가려고 그 길을 찾는다. 장군봉 아래에 임꺽정봉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어서 올랐다. 마지막에 데크가 있었지만 우리가 바라다본 데크가 아니었다. 사실 그 데크는 낙석으로 인하여 폐쇄되어 있었다.
임꺽정봉이다. 불곡산에도 임꺽정봉이 있고 감악산에도 임꺽정봉이 있다. 감암산에는 설인귀의 전설도 있고 임꺽정의 전설도 있다. 이제 정상으로 이동을 한다. 임꺽정봉에서 살짝 비를 뿌리지만 우산을 펼친 생각이 없는 친구들이다. 나는 우산이 없으니 서둘러 나무밑으로 이동을 할 뿐이다. 혹! 소나기가 온다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감악산 정상으로 서둘러 이동을 한다. 그곳에는 정자가 있기 때문이다.
감악산비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데 역광이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감악산 정상석이 새로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인증을 남기고 이제 까치봉을 거쳐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하여 내려간다. 까치봉 바로 아래의 쉼터에서 배고픔을 해결하고 내려간다. 우리가 목적한 둘레길을 만나기 위하여 하산을 하는데 그냥 지나쳐서 계속 가야 하는데 먼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둘레길을 만났다. 이것이 우리들을 오늘 1km 이상을 더 걷게 만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더위가 몰려온다.
둘레길을 만나고 범륜사로 이동하는 이정표를 따라 걷는데 평소의 둘레길이 아니다. 4년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이 지나가버린 것이다. 4년의 세월 동안 이정표를 놓친 것이다. 그리고 계곡을 두 번 지나서 우리가 계획하였던 곳에 도착하였다.
운계폭포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폭포수가 수량이 많다. 하지만, 금수산의 용담폭포보다는 못하였다는 것이 친구들의 평이다. 그리고 그곳에 온 중국인들이 정상으로 가려는 것을 멈추어 세웠다. 물이 없이 산으로 가지 말라고 극구 말리는 H다. 본인은 2L의 물을 소화하였는데 지금 아무것도 없이 오르지 말라는 것이다. 범륜사를 거쳐 차량을 회수하였다.
J가 말하는 전적기념비는 스치고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