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이후의 고민: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이재하 일대기 25 | 래티스 창업기

by 이재하

"정말로 위대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2025년 10월의 어느 날, 래티스의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인 상원님이 C레벨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창업한 이후 사업이 잘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나가면 충분히 상장까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보니 결국 단순히 상장하는 것을 넘어서 정말 위대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기존까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프릭스를 출시하며 한국에서 생소한 계약관리(CLM) 산업의 선도자로서 시장을 개척해 왔습니다. 선도자라는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그만큼 불확실한 영역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뚜렷한 경쟁사나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에서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동시에,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면서 고객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솔루션 사업 역시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어 처음으로 대기업 대상의 큰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해 왔습니다.


여전히 래티스는 초기 스타트업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었지만, 이제는 보다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 생존 이후의 성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2025년 4분기에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늘은 저희가 했던 이러한 고민과 실행에 대해 작성해 보았습니다.


<지난 타임라인>

- 25. 9. 1. 프릭스 오픈형 전환 및 랜딩페이지 분리

- 25. 9. 1~3. 솔루션팀 2차 프로젝트 테스트 기간 PL 출장

- 25. 9. 9~19. 솔루션팀 2차 프로젝트 마무리 기간 개발자 출장

- 25. 9. 22~23. 솔루션팀 3차 프로젝트 제안 발표 출장

- 25. 9. 25. 솔루션팀 2차 프로젝트 완료보고 출장

- 25. 9. 29. 프릭스 누적 계약서 100,000개 돌파

- 25. 10. 23. 솔루션팀 2차 프로젝트 인수인계 출장

- 25. 11. 3. 프릭스팀 구조 개편 방향 결정

- 25. 11. 24. 프릭스팀 구조 개편 시행


비전을 재정립한 후, 기존의 노션 oopy 대신 프레이머로 새로 제작한 래티스 홈페이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

래티스는 크게 두 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독 형태로 제공되는 계약관리 솔루션 프릭스와 대기업향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솔루션 사업이 있는데, 저희는 우선 각 사업의 성장 외에 경영진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시도들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방법 중 하나는 'M&A 및 신사업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였습니다. 래티스는 창업 초기부터 사업형 지주회사를 목표로 하였기에 이는 래티스의 비전과도 일치하는 선택지였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항상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에 열려있었고, 여전히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할 의지가 있습니다. 다만 M&A는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는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신사업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여러 차례 논의를 하였지만, 아직은 각 사업이 모두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경영진의 리소스를 새로운 사업에 바로 뛰어드는 데 사용하기보다 기존 사업의 성장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외에 고민했던 또 다른 선택지는 '해외 진출'이었습니다. 미국은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토대로 더 세부적인 영역을 타겟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공급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는 해당 계획에 매우 진지했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조언을 받고자 해외에 진출한 투자자와 다양한 기업의 대표님들을 여럿 만나 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미국 진출은 정말 어렵고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직접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와 상원님은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각자의 가족과 함께 아예 미국으로 이사 갈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수차례의 논의 끝에 저희는 우선 기존 사업의 안정화와 확장에 집중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은 그 이후에 고려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결국 당장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저희는 이러한 고민과 논의 과정을 거친 덕분에 현재의 저희에게 정말 필요한 변화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업부 체제로의 전환

CEO 상원님, COO 인희님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민한 결과, 저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기존 사업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저희는 프릭스와 솔루션 사업을 하나의 비전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영역의 제품을 묶어서 설명하려다 보니 11월에는 여러 산업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범용적인 '비즈니스 OS'를 공통의 목표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OS'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었고, 프릭스 팀은 어떤 방향으로 제품을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헷갈려하였습니다.


또한 두 사업을 엮어서 관리하려다 보니 팀 구조 역시 적은 인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편이었습니다. 저와 상원님은 각자의 리소스를 두 사업에 약 40~60%씩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비즈니스는 주로 상원님이 관리하고 테크는 주로 제가 관리하긴 했지만) 각 팀의 리드는 C레벨이 공통으로 매니징 하게 되었습니다.


즉, 기존까지는 두 사업을 모두 하나의 비전으로 설명하려고 해 왔는데 각 사업부의 성격과 비전이 엄연히 다른 상황에서 하나로 설명하고 관리하려다 보니 혼란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결국 저희는 각 사업이 온전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두 사업을 완전히 CIC로 구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시에 사업부를 보다 명확하게 관리하기 위해 (C레벨은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사업부에 상관없이 업무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상원님이 프릭스 사업의 리드를 맡고, 제가 솔루션 사업의 리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업의 변화와 별개로 창업 이후 일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래티스의 비전


프릭스와 솔루션 사업부의 비전 재정립

프릭스 사업부에서는 그동안 커스터마이징을 확대할지 계약관리(CLM) 기능에 집중할지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국내 계약관리 시장을 선도하는 AI 계약관리 솔루션'을 목표로 하여 본격적으로 계약관리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적극적인 커스터마이징 덕분에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하기 위해서 이제는 계약관리에 보다 집중할 때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솔루션 사업부에서는 '제조⋅조선⋅방산 분야의 글로벌 DX/AX 솔루션 공급자'를 새로운 비전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기존에는 처음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한화오션이라는 큰 레퍼런스와 그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이며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AI 전환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본격적으로 별도의 사업부로 운영하게 된 래티스 내 비즈니스


<2025년 10월 ~ 12월 타임라인>

- 25. 10. 17 계약서 검토 AI Agent 구축 프로젝트 수주/착수

- 25. 10. 23. 솔루션팀 2차 프로젝트 인수인계 출장

- 25. 11. 3. 프릭스팀 구조 개편 방향 결정

- 25. 11. 24. 프릭스팀 구조 개편 시행

- 25. 12. 11. 계약서 검토 AI Agent 구축 프로젝트 마무리

- 25. 12. 12. 전사 워크숍

- 25. 12. 18~19. 조선업 특화 시스템 및 온톨로지 시스템 발표 출장

- 25. 12. 22. C레벨 방향성 논의 및 사업부 체제 전환 결정

- 25. 12. 31. 사업부 체제 전환 공유


저희 래티스는 아직 작은 회사이지만, 저는 정말 저희 래티스가 위대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프릭스는 국내 계약관리 산업을 선도하며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당연하게 프릭스로 계약을 관리하게 될 것이고, 래티스 솔루션은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AI 전환을 지원하는 비즈니스가 될 것입니다.


다만 저 혼자의 힘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래티스 멤버 분들의 노력과 고객들이 보내주신 신뢰는 물론, 수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분들의 응원과 도움이 필요할 텐데, 앞으로 보다 많은 분들의 신뢰를 받고 동시에 저도 더 도움을 드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저도 계속해서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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