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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Jul 05. 2023

재하 창업기 2. 창업 맛보기 - 야외 파우더룸 서비스

재하 창업기

안녕하세요 초기창업가 이재하입니다!


저는 약 4년간 개발자로 일하다가 지난 5월에 B2B SaaS 스타트업 '프릭스'를 공동창업했는데요, MVP를 완성하여 현재는 CB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 어쩌다 제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개발자를 거쳐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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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업의 계기 - 배움의 즐거움



첫 창업 아이템: 야외 파우더룸 서비스

10만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창업에 대한 확신은 커져갔고, 팀원들 간의 관계도 점차 돈독해졌습니다. 이제 해당 동아리 활동에서 남은 절반은 단순한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저희 팀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거의 매일 모여서 아이디어를 논의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팀원이 여자친구와 있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데이트를 위해 한강에 갔는데, 여자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와서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희는 팀원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아이템에 대한 힌트를 얻고, 공공화장실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고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한강 공원이나 스포츠 경기장 같은 곳에 위치한 야외화장실의 여자화장실 줄이 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원인은 단순히 여성이 남성보다 화장실을 더 오래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화장실을 조금 더 사용하기도 하지만, 화장을 고치기 위해서 화장실을 방문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2017년 한강공원에서 운영한 파우더룸 서비스


저희는 이 문제는 해결해 볼 가치가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고, 야외 파우더룸 서비스를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강 공원이나 콘서트장 같이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야외 공간에 간이로 파우더룸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서비스를 생각한 것입니다. 입장은 무료로 받고, 수익은 화장품 회사들의 광고를 통해 창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야외의 올리브영'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꿈꾸며, 저희는 여우더를 시작했습니다.

(성용 야외 파우더룸이라는 의미에서 여우더라고 이름을 붙였으나, 추후 왜 여성용만 존재하느냐는 문의를 받고 서비스 소개를 '야외 파우더룸 서비스'로 변경하였습니다.)



창업의 재미: 발로 뛰는 즐거움

저희는 서비스를 결정한 후, 실제로 수요가 있는지 직접 테스트 파우더룸을 운영하여 확인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첫 테스트 장소로는 실제로 불편함을 겪었던 한강 공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저희는 바로 한강 공원 측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관리소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연락하여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잘 말씀드리고 설득했습니다. 어린 대학생들의 노력을 가상하게 보셨는지 이틀간의 운영을 허락받았을 수 있었고, 이후 저희는 열심히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당시 운영한 파우더룸의 내부 모습


준비 과정은 바빴지만 무척 즐거웠습니다. 저렴한 티슈, 멀티탭, 쓰레기통 등은 다이소에서 구입하고, 책상과 의자는 쿠팡에서 구입하고, 발전기는 대여 업체를 찾았습니다. 서비스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배너를 만들고 안내 용지 및 설문지도 제작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운영 첫날 아침, 저희는 부지런히 각자 맡은 짐을 챙겨서 한강공원에 모였습니다.


이런 야외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 처음이라 조금 서툴기도 했지만, 완성하고 보니 내부는 나름 봐줄만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이틀 동안 식사도 라면으로 때우면서 열심히 파우더룸을 운영했습니다. 지나가다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고, 사용하고 나가시는 분들에게 설문 응답을 요청드렸습니다. 첫날 운영이 끝나고 부스와 짐을 보관할 곳이 없어서 두 명씩 번갈아 부스를 지키며 밤을 새기도 했습니다. 


신촌물총축제에서 운영된 여우더


이틀 동안 운영해 본 결과, 저희는 서비스를 지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용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고,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신촌물총축제에 입점해서 첫 매출을 올리기도 하고, 화장품 회사 200곳을 리스트업 해서 일일이 다 메일을 보낸 후 연락이 온 두 업체에 방문하여 화장품을 후원받기도 하고, 창업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여 3,000만 원의 상금을 받기도 하고, 연고전에서 파우더룸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정말 열심히 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막차를 타고 집에 가도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거웠습니다.



창업에 대해 부족한 마음가짐

그러나 열심히 하는 동안에도 마음 한편에는 불안함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전 해에 신청해 둔 교환학생이 바로 다음 학기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환학생을 취소할지, 팀을 그만둘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아이템이 장기적으로 유망한 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시의 저는 아직 군대를 가기 전이었고, 언젠가는 입대를 하기 위해 팀에서 나와야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제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저는 팀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형들은 이후 몇 달 동안 계속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여우더는 다음 해 초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입점할 수 있는 야외 이벤트가 급감했고,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확장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비록 팀은 해체됐지만 지금까지도 저희는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고 있으며, 다들 스타트업에서 열심히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기사에 실린 여우더의 수상 소식


당시에는 앞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이유로 팀을 나왔고,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뿌듯하고 보람찬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때의 저는 창업에 진심이지 않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정말 간절히 달성하고 싶은 목표였다면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 저는 조금씩 마음을 다잡으며,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시리즈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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