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 창업기
안녕하세요 프릭스 공동창업자/CPO이자 호박너구리 레터를 운영하는 이재하입니다!
저는 약 4년간 개발자로 일하다가 지난 5월에 B2B SaaS 스타트업 '프릭스'를 공동창업 했습니다. 오늘도 지난 글에 이어 어쩌다 제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개발자를 거쳐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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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을 다녀온 이후에도 저는 창업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했습니다. 우선 프로세스가 잘 갖춰진 기업의 업무방식과 문화를 알고 싶어서 대기업의 HR 부서에서 6개월간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그 결과 (한 회사만 다녀보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역시 조금 체계는 없더라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제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시도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많은 노력을 쏟아서 운영했던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고등학생 인강 평가 사이트 '하이캠퍼스'가 있습니다. 당시 코딩을 전혀 하지 못하던 저는 워드프레스라는 노코드 툴*을 배워서 힘겹게 사이트를 만들고, 설문조사를 돌려가며 강의 후기를 수집했습니다. 학교에 논술 시험이 있는 날에는 고등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서비스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노코드 툴이란?
노코드 툴(No code tool)이란, 이름 그대로 코딩 없이 웹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방식 및 서비스를 뜻합니다. 노코드 툴에는 wordpress, softr, bubble, webflow 등 많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만들어 갈수록 개발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는 대부분 IT 서비스였는데, 개발을 하지 못하다 보니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항상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시작하기 전부터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온라인 코딩 교육 서비스를 통해 틈틈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 당시의 코딩 공부는 전문적인 개발자가 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발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교양 공부의 느낌이었습니다.
교양을 넘어 개발자라는 직무를 갖게 된 것에는 매우 현실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창업을 위한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에 더해,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학위가 있으면 병역특례로 복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예 기존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새롭게 공부해야 하고, 기업에 합격하지 못하면 군대가 그만큼 늦춰지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이 망설여지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저는 고민 끝에 4학년 1학기 이후 신청해 둔 군휴학을 취소하고, 컴퓨터과학 부전공을 위해 수강신청을 하였습니다. 해당 학기에는 3, 4학년의 수업만 열려서 저는 첫 학기부터 운영체제와 컴퓨터아키텍처 등 난이도 높은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이는 매우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개념들인데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았고, 타과생이라 주변에 물어볼 친구도 없었습니다. 한 번은 교수님께 찾아가서 질문하니까 그런 기초 개념은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하거나 알아서 공부하라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었죠. 또한 당시 저는 수업을 오전에 몰아서 듣고, 수업 후에는 삼성역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퍼포먼스 마케터 인턴으로 일하느라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하는 공부에 회사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제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저는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컴퓨터과학과 선배를 찾아 1주일에 한두 번씩 과외를 받았고, 퇴근 후에도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밤새고도 운영체제 수업의 첫 과제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하는 초심자였던 저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였고, 결국 졸업할 때 본전공(경영학)과 또 다른 부전공인 경제학을 비롯해서 컴퓨터과학까지 모두 평균 학점 4점대(A0)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3개월간 매일 신촌과 삼성역을 오가며 쌓은 마케터로서의 시간도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매일 몇백만 원의 광고비를 직접 집행하며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 일정을 마치고 좋은 성과를 거두고 나니, 앞으로 어떤 공부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컴퓨터과학도로서의 첫 학기를 마치고, 저는 제 노력과 가능성을 좋게 봐준 코딩 교육 스타트업 '코드잇'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코드잇은 현재 약 5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시리즈 B 단계의 인정받는 스타트업이지만, 당시에는 약 10명의 직원이 있던 초기 기업이었습니다. 초기 기업일수록 당장 현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이 급하기 마련인데, 코드잇은 제 잠재력을 보고 신입 개발자로 저를 채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저는 컴퓨터과학 부전공을 위해서 초과학기를 다녔어야 했는데, 코드잇에서 스케줄을 배려해 주어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동시에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제 선택은 정말 제 삶에서 (그리고 아마 코드잇에게 있어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음 시리즈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