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 창업기
2024년 3월, 저희 래티스는 20억 원의 Pre-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중요하고 뜻깊은 순간이었지만 저희는 여유롭게 투자의 기쁨을 누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3월 전후로 업무량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저는 해당 시점이 프릭스의 PMF*를 찾게 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PMF (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 적합성)
PMF란 제품이 시장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야말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며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PMF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난 타임라인>
- 24. 1. 5. 워크숍
- 24. 1. 산업은행 KDB NextOne 8기 선정
- 24. 2. 13. 마케팅/BD 인턴 정연우 님 첫 출근
- 24. 2.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기능 적용
- 24. 3. 8. 선릉 디캠프로 이사
- 24. 3. 25. Pre-A 투자 계약 날인
- 24. 3. 29. 프릭스 누적 계약서 1,000개 돌파
스타트업이나 창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PMF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PMF를 찾아야 하고, PMF를 찾지 못하면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품이 시장에 적합하다는 것은 꽤나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저 역시 PMF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장의 요구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도대체 어떤 기준을 달성해야 PMF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PMF의 기준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성공한 기업가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창업한 분들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성장률, 리텐션, 매출 등 사람들이 생각하는 PMF의 기준은 매우 다양했으며, 모두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저에게 크게 와닿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었습니다.
이후 프릭스를 운영하며 저는 PMF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제가 생각하는 PMF의 기준은 '고객의 반응'입니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유입되는 고객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바로 PMF를 찾은 시점입니다. 즉, PMF는 기준을 설정하고 달성하는 '목표'의 개념이 아니라 고객의 반응을 사후적으로 정의하는 '시점'에 대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명확한 기준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저는 오히려 PMF의 명확한 기준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객의 반응을 판단하는 기준은 산업마다, 그리고 같은 산업이더라도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저는 PMF가 제품의 생애주기에 한 번만 존재하는 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제품의 성장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유동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는 성장할수록 더 많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해결하는 문제의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목표 시장도 달라지게 됩니다. 목표하는 시장이 변한다면 PMF에서 의미하는 Market(시장)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PMF도 유동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프릭스가 찾은 PMF도 하나의 단계일 뿐이며, 앞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PMF를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프릭스가 어느 정도 PMF를 찾은 것 같아요."
3월의 어느 날, 래티스를 공동창업한 대표님(상원님)과 이야기를 하던 중 나온 말이었습니다. 둘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저희는 프릭스에 대해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프릭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반응은 바로 지표였습니다. 프릭스는 원래도 성장하고 있었지만, 3월 즈음부터 활동성 지표에 대한 성장률의 각도가 달라졌습니다. 또한 해당 시점 전후로 엔터프라이즈 고객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기업들에서 프릭스를 이용해 주시기 시작하니 영업이 전보다 조금 더 수월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사의 요청 사항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이전까지는 격주나 월 단위로 고객사에게 피드백을 요청하고 로드맵에 따라 제품을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고객사의 요청 사항 외에 다른 작업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PMF를 찾고 점차 많은 고객사로부터 요청사항을 받으며, 개발이 필요한 신규 작업은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제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서비스가 성장함에 따라 마케팅, 영업 및 고객관리(CS) 측면에서의 업무가 같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영업 측면에서는 제가 직접 영업을 위해 고객사에 방문하거나 엔터프라이즈 고객사와 커스텀 작업 관련 논의를 위해 영업 미팅에 참여하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마케팅 측면에서는 키워드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자체 블로그 관리 외에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4월 17~19일에 국내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인 WIS(World IT Show)에 참가하였고, 6월 13~14일에는 스타트업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NextRise에 참가하여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부스 운영을 위해 배너와 인쇄물을 준비하고 부스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서비스를 소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런 기회 덕분에 더 많은 분들에게 프릭스를 알리고 여러 새로운 고객사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업무를 혼자 도맡아 진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영업은 주로 상원님이 하셨고, 마케팅 및 WIS는 연우님이 많이 도와주셨으며, NextRise는 신혁님이 대부분 준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영님과 용우님이 열심히 개발해 주신 덕분에 제품도 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품과 제품 팀을 이끄는 CPO(최고제품책임자, Chief Product Officer)라면, 설령 모든 업무를 혼자 하지 않더라도 제품과 맞닿아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기여할 수 있는 제네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품 기획 및 백엔드/프론트엔드 개발은 물론 마케팅과 디자인을 모두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다양한 업무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설령 좋아하지 않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당백을 해주는 팀원들이 계시지만, 여전히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에 비해 팀 규모는 작은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CPO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결국 CP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제품에 대한 비전을 설정하고 로드맵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는 만큼 잘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고객 만족을 위한 요청사항 개발이 항상 최우선이었고, 밀려드는 업무를 하다가 11시에 퇴근하기 일쑤였습니다. 로드맵을 짜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우선 할 일은 쌓여있으니 여유가 나면 그때 고려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상원님이 제품 로드맵 측면에서 더 고려해 보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셨고, 피드백 덕분에 그동안 놓치고 있던 제품 로드맵에 대해서 보다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잠시 실무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제품 및 로드맵 측면의 현황과 개선점을 파악해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었거나 앞으로 더 챙겨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4월 중순에 제품 및 로드맵에 대해 자체 진단했던 내용입니다.
진단: 양호
- 이제까지 회사 전체적으로 방향성 관련 작업이 잘 진행되었음
- 고객사의 요청을 수행하면서 서비스의 기능이 조금씩 발전해 왔고, 항상 그다음 스텝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잘 이루어졌음
방안: 현상 유지하며 점차 조직이 커짐에 따라 CPO 비중 확대
- 방향성 측면에서 CEO가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CPO의 제품 로드맵 관리가 필요
진단: 아쉬움
- 실무에 밀려서 현황 파악 및 로드맵 관리가 부족했음
방안: CPO의 성장
- 실무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로드맵에 대해 고려하는 시간이 필요
- 주기적으로 서비스 현황 파악 및 로드맵 수립 진행
진단: 양호 → 단, 앞으로 ‘양호’에 대한 기준이 높아질 것
- 글로벌 서비스나 오래된 서비스와 비교하면 양호라고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초기 단계로서 고객의 요청사항을 수행하면서 UI/UX를 어느 정도 잘 챙겨 왔음
- 다만 고객이 늘어나고 서비스가 고도화됨에 따라 앞으로 동일한 방식으로는 양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
방안: UI/UX 컨설팅을 잘 활용
- 현재 진행 중인 UI/UX 컨설팅을 잘 활용하여 디자인 퀄리티 및 사용성 개선
- 추후 전담 인원이 필요한 시점에 PM 및 디자이너 채용 고려
진단: 적합 → 단, 현재보다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적합’ 상태 유지 어려움
- 전사적인 고객 지향적 태도와 개발팀의 성장 덕분에, 제품팀 인원에 비해 빠르게 기능을 추가하며 요구사항을 잘 수행할 수 있었음
- 다만 현재 인원으로 프로젝트를 더 늘리기에는 한계점에 도달
방안: 개발자 채용
- 우선 리소스 부족으로 CPO의 실무 개발 비중을 늘려서 대응하고 있음
-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발자 채용 필요
진단: 적합 → 단, 앞으로 ‘적합’에 대한 기준이 높아질 것
- 개발팀의 인프라 작업과 적극적인 코드 리뷰 문화 등으로 보안 및 코드가 잘 관리되어 왔음
- 앞으로 고객이 많아지고 서비스의 기능 및 데이터가 늘어남에 따라 보안/안정성에 대한 기준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
방안: 지속적인 진단 및 테크리드 채용
- 보안/안정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주기적으로 진단 및 점검 진행
- 점차 기술적인 과제가 늘어남에 따라 추후 테크리드 채용이 필요해질 수 있음
<2024년 2분기 타임라인>
- 24. 4. 17~19. World IT Show 참가
- 24. 4. 24. 신한퓨처스랩 10기 선정
- 24. 5. 7. 신혁님 첫 출근
- 24. 6. 3. 팁스(TIPS) 선정
- 24. 6. 13~14. NextRise 참가
- 24. 6. 27. 청년기업가대회 우승
스타트업은 정말 매 순간이 새로운 것 같습니다. 이번 2분기에도 정말 다양한 일이 있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제품의 성장이나 부스 운영 외에도, 신한퓨처스랩 10기에 선정되고 청년기업가대회에서 우승하고 팁스에 선정되는 등의 이벤트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래티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이벤트는 바로 정신혁 님의 합류였습니다. HR/GA 매니저로 합류하신 신혁님은 경영지원 및 총무 업무는 물론, 부스 기획/운영, 지원사업 신청, 채용 등 정말 많은 영역에서 활약해주고 계신데요. 이제까지 신혁님 없이 어떻게 회사를 운영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른 팀원 분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게 즐거워요.“
신혁님이 입사 초기에 하셨던 말인데, 저는 신혁님의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오퍼레이션 및 경영지원 직무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제품과 회사 전반을 관통할 수 있는 가치관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조직 내의 팀들은 다른 팀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하며, 제품은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모든 사람, 제품, 기업은 서로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저는 앞으로도 이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더 많은 기업들의 계약관리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열심히 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