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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순 Apr 20. 2023

다툼 그 가벼움

결혼 5년차 첫 싸움

나는 다툼에 약한 사람이다.

참을때까지 참다가 터졌을때는 다신 안 볼 생각으로 터트린다. 


항상 그랬고, 그렇게 살아왔다.

다행히 남편과는 8년의 연애 후 결혼생활에도 큰 다툼이 없었다.


그러다 우린 결혼 5년차에 싸웠다.

아이의 육아 문제였고 잔잔하던 우리 결혼생활에 큰 일이였다.


그렇게 아침이 되었다.

남편은 출근했고 

나는 어김없이 등원 준비를 하고, 등원을 하고 출근했다.


그날은 아버님 생신이라 아버님께 생신 축하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아버님 생신이니깐 전화드려” 라는 문자까지 보냈다.

속은 부글부글인데..

결혼은 다퉈도 싸워도 아이의 육아는 계속되고 시댁에 며느리 노릇도 해야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니 집에 너무 가기 싫었다.

'남편 너도 독박해봐' 라는 마음도 강했다..


연애 때 시시콜콜 이야기하던 친구들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남편 욕을 하는것도 내 얼굴에 침 뱉기이고, 

타지로 시집 온 나에게 동네에서 같이 맥주마실 사람도 없었다.


‘그래 오늘은 봉구비어에서 혼자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가는거야!’ 라고 다짐하고 퇴근하고 

신혼때 남편이랑 가봤던 봉구비어를 찾아갔다.

시끌벅적한 먹자골목에 들어섰는데, '아..' 내가 알고 있던 봉구비어는 없어졌다. 

‘왠 포장마차가.. 여기 없어도 다른데 있겠지' 싶어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녔는데 없었다.

‘그렇게 많이 보이던 봉구비어 말짜싸롱 최군맥주들은 어디갔니..’

어쩔 수 없이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최대한 늦게 가고 싶어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가는 길에 남편과 내 운동화 맡긴것을 찾고

캔맥주라도 사려 편의점에 들렸다.

4개 만원

내 맥주 3개와 남편 맥주 1개를 골랐다.

안주

내 안주 꾸이맨과 남편 안주 프레첼, 맛밤을 샀다.


'싸워서 미운데 참 그렇게 되네'

계산하려고 보니 내가 고른건데도 참 웃겼다.


그렇게 집에 왔더니 남편은 아이 하원을 하고 손 씻기고 있었다.

서로 말없이 나는 같이 먹을 저녁을 차리고, 남편은 아이와 놀아줬다.


그렇게 앉아서 밥을 먹는데

남편이 새우찌개에 있는 새우를 까서 나에게 주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는 남편이 내민 화해의 제스처였다.


먼저 말 걸까 말까 하다가 말했다.

“뭐야? 화해의 새우야?”

남편이 배시시 웃으며 

“응ㅋㅋ 새우 주면 다 줬다” 이러는데

그게 또 웃겼다.


거기에 대화의 물꼬가 트여 

“나 오늘 혼자 맥주 마시고 싶어서 신혼 때 갔던 봉구비어 찾아갔는데 없어졌어” 라고 했다.

남편은 “집에 없길래 맥주 마시고 올 줄 알았어”

“봉구비어 있었으면 마시고 왔을꺼야, 없어서 오는 길에 맥주 사왔어 

오빠 좋아하는 맥주 있길래 그것도 사오고 프레첼도 사왔어” 


우리는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저녁먹기 전까지만 해도 '이럴꺼면 따로살지! 왜 같이 살아야하지!' 라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한 나인데,

또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온게 신기하기도 하고

불편함에 늘 1차원적으로 대응하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아직까지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결혼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준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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