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하며 가장 무서운 것

1년 반동안 한달살기 하며 무서웠던 순간들

by Sophie

1년 반동안 한달살기를 하며 무서운 순간들은 종종 있었다.


발리에 도착한 첫날, 침대 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우리를 맞이해줬던 왕거미 (내 주먹보다 큰 진짜 큰 왕거미였다..), 어느날 갑자기 화장실에 나타난 왕도마뱀 (동남아는 모든게 다 크다..), 유난히 많았던 알바니아 티라나의 벌들 (아름다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벌이 무서워서 야외 카페를 즐기지 못했다..), 처음 보스니아 사라예보에 도착했을 때 건물 외곽의 무수한 총자국들 (내가 살고있는 이 아파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라고 생각하니 들었던 그 스산함), 베트남 다낭에서 길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여서 죽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들ㅎㅎ


한달살기를 하며 무서운 순간들은 갑자기 찾아온다. 사고나 나거나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어느순간 나 혼자 걷고 있는 걸 깨달았을 때 갑자기 무서워지기도 한다. 항상 주위를 잘 둘러보고, 이상한 사람이 보이면 피해서 다닌다. 사람이 없거나 어두운 곳은 왠만하면 다니지 않는다. 무서운 생각이 들때면 나의 감각을 믿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함에 대해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인생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내 자신에게 다시한번 되뇌여준다.


이런 모든것들을 제치고 한달살기 하며 가장 무서운것....은 바로 '개'이다.


한달살기를 하며 거쳐온 거의 모든 나라에는 개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개들은 너무 친절하고 사랑스럽지만, 무서운 개들이 꼭 있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나 도시를 벗어난 시골로 갈수록 줄에 묶여있지 않은 개들의 수가 늘어난다.


발리의 관광지를 벗어나면 거의 대부분의 집집마다 개를 키우는데, 어떻게 된게 한집도 개들을 묶어놓지 않고, 그렇다면 대문만 닫아놔도 좋을텐데 또 모든 집의 대문은 다 활짝 열려있다. 집집마다 지나갈 때마다 개들이 뛰어나와서 나를 향해 짖는데, 뭐 개가 무서워서 한달동안 동네 산책은 한번도 하지 못했다. 개들을 걸어서 지나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늘 스쿠터를 타고 지나다니곤 했다.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도 짖고 쫓아온다ㅠㅠ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있을 때는 산책을 하다 어떻게 조금 외곽진 곳의 농가를 지나가게 됐는데, 헉. 엄청 큰 개가 또 저 멀리서 짖으면서 우리에게 달려온다. 개 주인인 할아버지는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아오라고 그러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시는 것 같았는데, 이놈은 주인 할아버지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계속 우리를 향해서 온다. 너무나도 약해 보이시는 할아버지는 개에 대한 통제력이 전혀 없으신 것 같았다. 천만 다행으로 꽤나 두꺼운 겨울 코트를 입고 있었던 남자친구의 겨울 코트만 물렸고, 우리는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 나왔다. 코트에 선명히 박혀있는 개의 이빨 자국을 볼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서 그 코트는 얼른 갖다 버렸다ㅠㅠ


지금은 태국 치앙마이에 있다. 치앙마이에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이 정말 많다. 도시에도 산에도 개들이 많아서 산책하다 보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개들을 지나치게 된다. 다행히도 도시에 있는 개들은 대부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산에 있는 개들은 대부분 4-5마리씩 그룹을 지어 돌아다녀서 산에서는 왠만하면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닌다. 산에 있는 개들도 딱히 우리를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치앙마이에서는 치앙마이 대학교를 조심해야 한다!!


넓고 예쁘고 산책하기 딱 좋은 치앙마이 대학교. 우리가 산책을 했을 때 방학이었는지, 학생들이 많이 없었는데, 거의 건물마다 개들이 건물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었다. 컴퓨터 학과 건물을 한번 둘러보려고 가까이 다가간 순간,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건물에서 개가 또 짖으면서 달려온다 ㅠㅠ 우리는 곧바로 '우리 그냥 갈게, 우리 여기 가고 싶지 않아^^' 이렇게 뒤로 물러나며 건물에서 멀어지는데도 요놈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온다. 그래서 우리는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건물에서 최대한 멀리. 다행히 이번에도 물리지 않았는데 (개가 겁만 주려고 한 것 같다.. 우리를 진짜 물려고 했으면 너무 쉽게 쫓아와서 물었을텐데..) 내가 이렇게 달리기를 빠르게 할 수 있는지 난생 처음 알게됐다^^ 심장은 터질것같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그대로 산책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휴우. 너무 무서웠다.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치앙마이 대학교에 100마리도 넘는 떠돌이 개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개들은 순하지만 종종 사고가 있어서 그 개들을 없애기도 한다는데, 그래도 이렇게 많은 개들이 대학교 캠퍼스에 있다는게 믿기가 어려웠다. 대학교 오리엔테이션때 학과별로 개들이 학생들 냄새를 다 맡고 학생이 아닌 사람들만 공격하나? 그 건물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들어가 있었던걸까? 그 이후에 학생들이 돌아와서 활기가 넘치는 치앙마이 대학교에 다시 한번 더 산책하러 갔었는데, 이때는 사람이 많으니 개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전에 배운 교훈으로 건물에는 가까이 가지 않고 큰길만 걸어다녀서 개들을 만나지 않은 것 같다.


어찌됐든 저찌됐든 1년 반이라는 이 시간동안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한달살기를 잘 하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항상 주위를 잘 살피고 나의 감각을 잘 이용하고, 그리고... 자나깨나 개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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