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산토리니섬
산토리니는 우리에게 있어서 언젠가 꼭 다시 찾아야 하는 섬이다.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라는 말 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겨울철 비수기의 산토리니 여행은 여름의 산토리니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행을 함께하는 파트너와 함께한 첫 지중해 여행은 가슴 떨리는 설렘과 기쁨만큼 아쉬움과 후회도 컸기에 지금도 가슴 한편에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을 날아 도착한 아테네에서 우리는 또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그리스 남쪽의 작은 섬 산토리니로 향했다. 한 시간의 비행은 그 자체로 에게해를 배경으로 한 한 편의 파노라마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았다. 환상적인 날씨 덕분에 CG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바다 위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비행시간이 끝났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상 산토리니 섬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겨울의 산토리니섬은 보기와는 다르게 칼바람이 불었으며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겨울철 산토리니섬의 추운 날씨는 파란색과 흰색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산토리니섬의 청량감을 완벽하게 살려주었다. 여름에 이곳에 왔다면 전혀 느껴보지 못했을 뼛속까지 시원한 그 느낌 말이다.
감자튀김이 들어간 그리스 버전 케밥인 기로(gyro)와 각종 꼬치구이는 이곳 사람들의 주식이다. 숙소 근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왕새우가 들어간 그리스식 파스타의 맛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느끼한 음식이 질릴 때면 우리는 습관처럼 말하곤 했다. 이곳에 푸드트럭을 하나 차려서 떡볶이를 팔면 대박이 날 거라고.
다시 3년 전 그때로 돌아간다면 분명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의 저 편에는 감사함이 있다. 서로에게 느꼈던 아쉬움과 섭섭함은 우리가 서로를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산토리니의 매서웠던 칼바람은 이 섬의 또 다른 매력을 알게 해 주었다. 우리를 이곳까지 이끌어준 운명에 감사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꼭 산토리니섬에 다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