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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Jul 23. 2024

AI 업계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영화 'Fly me to the moon'을 보고  AI업계를 생각하다


1960년대 우주 경쟁 시대, 거듭된 실패로 멀어진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 위해

NASA는 아폴로 11호 발사를 앞두고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NASA의 달 착륙을 홍보하는 마케터 켈리 존스(스칼렛 요한슨)와

그녀가 하는 일이 거짓말이라며 대립하는 발사 책임자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났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서히 한마음이 되어간다. 미션의 성공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켈리 존스는 미 행정부에서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되고 실패도, 2등도 용납이 되지 않는 달 착륙 프로젝트를 위해 켈리 존스는 아무도 모르게 플랜 B, 즉 실패에 대비해 달 착륙 영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인류 최대의 업적, 최초의 달 착륙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영화 Fly me to the moon)



영화 'Fly me to the moon'


얼마 전 개봉한 영화 Fly me to the moon은 1960년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 속 미국의 달 착륙을 둘러싼 음모론을 세련되게 표현한 영화다. 1960년대 미국 특유의 감성과 낭만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NASA 직원들로 대표되는 과학자들의 진실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케터들의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 반응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런 대중의 천박한 습성에 맞추어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 자본주의는 자동차와 손목시계뿐만 아니라 종교, 과학기술, 인문학, 인류애, 애국심, 가족애 등등 정말 우리가 상상해 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상품과 연관 짓고 그것을 상품으로 둔갑시킨다.


NASA 직원 수십만 명이 10년여에 걸쳐 야심차게 진행해 온 달착륙 프로젝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NASA 프로젝트 역시 서커스와 다를 바 없는 돈벌이 수단일 뿐이자 마케터들의 먹잇감일 뿐이다.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동안 감독은 시종일관 메시지를 던진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프로젝트는 실제로 인류가 달에 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소련을 앞서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을 미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 인류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만에 하나 달에 착륙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로 달착륙 조작 영상을 만들려는 미국 정부의 계획을 알게 되자 우주에 가지 못한 가장 뛰어난 우주비행사이자 발사 책임자인 콜 데이비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과 허무감에 휩싸인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심과 인류애적 감정은 천박하고 쓸데없는 고급 손목시계와 시리얼 광고 앞에 부정당하고 만다.



인공지능 업계의 불편한 진실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업계는 일대 대전환을 맞이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같은 셀럽들은 이때다 싶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슈퍼 인공지능의 탄생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여러 번의 봄과 겨울을 겪어온 인공지능 업계에 영원한 봄이 찾아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 단위의 매개변수(parameter)로 무장한 최신 생성형 AI 모델들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짜깁기해서 말하거나 사용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환각현상(Hallucination)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통제 불가능성은 어쩌면 확률에 기반해 단어와 문장을 예측해 내는 언어모델(Language Model)이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일지도 모른다.


출처 : Freepiks


온디바이스 생성형 AI를 탑재한 Galaxy S24가 출시되고 최신 모델들로 무장한 애플 인텔리전스가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과대광고라고 부를만한 서비스들이 판을 친다. 사실 사용자의 발화를 실시간으로 다른 언어로 통역해 주는 기술은 10년 전에도 존재했다. 새로울게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과대광고와 그럴듯한 인공지능만 주구장창 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한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중을 기만하기 위해 기술적 요소보다는 그럴듯한 데모 영상과 UI/UX 만들기에 집중한다. 생성형 AI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부분은 기존의 규칙 기반(rule-based) 챗봇을 대충 끼워 넣어 보강하면 된다는 식이다. 생성형 AI의 인기에 편승해 대충 아는 것을 둘러대는 영업 관계자나 마케터 그리고 프롬프트 전문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문제냐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이해한다. 인공지능은 달착륙이나 우주여행과 같은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주제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어차피 인류의 생활을 편안하게 해주는 본연의 목적만 달성하면 되지 않은가?


그러나 기계가 정말로 생각할 수 있을지 순수한 의문을 가져본 사람들에게 인공지능 개발은 꽤나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인간이 컴퓨터가 되고, 컴퓨터가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사람들에게 챗GPT가 눈속임이 아닌 진짜로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똑똑해지는 문제는 중요하다.


영화의 대사처럼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거짓이 아무도 믿지 않는 진실보다 중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그 자체로 진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큰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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