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AI 엔지니어의 시점에서 바라본 B2B와 B2C AI 에이전트
지난 시간에 살펴본 것처럼 노코드 기반 AI 개발 툴의 발전 덕분에 코딩에 익숙하지 않아도 누구나 제법 쓸만한 나만의 AI 개인비서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를 구현해 내기 위한 대표적인 노코드 기반 AI에이전트 개발 도구인 Dify와 n8n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쓸만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일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개발 도구들을 잘 활용하려면 지식증강검색(Retrieval Augment Generation)이나 AI 에이전트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LLM과 다양한 데이터 소스들을 묶어주는 MCP, 그리고 서로 다른 AI 에이전트 간의 통신을 담당하는 프로토콜인 A2A가 등장하게 된 기술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현업에서 AI 에이전트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하다 보면 단순히 기술적 요소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여전히 2%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바로 최종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 기획입니다. AI 에이전트도 최종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개발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B2C)은 AI 에이전트를 통해 반복적인 이메일 전송 업무나 코딩 작업 등을 자동화하거나 개인 스케줄 관리나 여행 플래닝과 같이 편리한 기능을 활용하고자 할 것입니다. 반면에 기업(B2B)의 경우,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업무 효율성 증대, 고객 응대 자동화, 지식 관리 및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등의 목적에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B2B 영역에서는 특히 복잡한 시스템 간의 연동,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확장성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됩니다.
이러한 차이는 B2C와 B2B 환경에서 요구되는 AI 에이전트의 설계 철학과 기능 구현 방식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B2C에서는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이 핵심이라면, B2B에서는 다양한 사용자의 역할 기반 접근제어, 안정적인 워크플로우 설계, 팀 협업 기능 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릅니다.
자연스럽게 B2C용 AI 에이전트와 B2B용 AI 에이전트 사이에는 보안이나 성능면에서 구현해야 하는 기술적 요소에 대한 차이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B2B 전용 AI 에이전트와 B2C용 AI 에이전트는 서로 어떻게 다른지 사용자 중심(User-centered)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2C용 AI 에이전트는 개인 사용자의 일상적인 불편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거나 시간을 절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 일정 관리, 메일 자동 작성, 간단한 코드 생성, 번역, 여행 계획 세우기 등 비교적 가볍고 직관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도록 설계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별도의 학습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친숙한 UX와 즉각적인 피드백입니다.
반면, B2B용 AI 에이전트는 기업 내부의 특정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거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등의 복잡한 업무 지원에 초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용 AI 상담원, 사내 문서 요약 및 검색 에이전트, 회의록 분석 및 업무 분배 도우미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다양한 부서 또는 사용자 그룹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므로 역할 기반 IAM(Identity and Access Management) 등 접근 권한 관리와, 통합 시스템 연동성, 보안 규정 준수 등이 필수 요건이 됩니다.
② 구현 방식의 차이
B2C의 구현 방식을 이해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자신의 업무 자동화를 위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과정을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일단은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구축하고 불편한 기능을 개선하거나 필요한 기능을 추후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B2C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개발하여 배포하는 경우, 빠른 MVP(최소 기능 제품) 출시와 반복적인 피드백 기반 개선이 일반적입니다. 기능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과 빠른 반응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용자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복잡한 설정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B2B는 반대로 긴 개발 주기와 명확한 요구사항 정의, 고객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SAP, Salesforce, Notion, Slack 등 기존 업무 툴과의 연동을 고려해야 하고, 사용자 수가 많기 때문에 스케일링과 유지보수, 모니터링 체계도 체계적으로 갖추어져야 합니다.
③ 성공 지표의 차이
가장 성공적인 B2C AI 에이전트는 어떤 것일까요? 쓰기 편하고 유용한 AI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B2C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만족도, 사용 지속률, 바이럴 확산력이 중요한 성공 지표입니다. 쉽게 쓰이고, 자주 쓰이며, 다른 사람에게 추천되는지가 관건입니다.
B2B AI 에이전트는 업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효과, 운영 효율화와 같은 명확한 ROI(Return on Investment)가 요구됩니다. 또한 보안 요건 충족과 같은 요소들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좋다’가 아니라,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성과를 냈으며, 회사의 보안 기준을 얼마나 잘 충족시키고 있는지가 결정적인 평가 기준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사용자 중심의 문제 해결"입니다. 어떤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AI 에이전트를 통해 어떤 가치를 얻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가능합니다.
AI 에이전트를 성공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략적 기획 역량이 필수입니다. 특히 B2B와 B2C는 단순히 타깃 시장의 구분을 넘어서, 요구되는 기능, 설계 방식, 배포 전략, 성공 평가 기준까지 전반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B2C에서는 얼마나 많은 개인이 쉽게 접근하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면, B2B에서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얼마나 신뢰성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B2C용으로 설계된 경험 중심의 AI 에이전트를 기업 현장에 억지로 적용하려 하거나, 반대로 B2B의 복잡한 로직과 보안 요건을 일반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식의 기획 실패를 겪게 됩니다.
따라서 AI 에이전트를 기획하고 개발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사용자(혹은 고객)는 누구인가? 그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수준의 기능과 복잡성이 필요한가? 와 같은 질문들입니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User-Centered)의 사고방식이야말로, 기술을 넘어서는 진짜 경쟁력 있는 AI 에이전트 개발의 시작점입니다.